이른바 ‘헬조선’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대부분은 현실의 벽 앞에서 자신의 꿈과 현실의 기로 사이에서 갈등한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여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약사이자 ‘퇴경아 약먹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브 크리에이터(이하 유튜버) 고퇴경(29) 씨다. 낮에는 연구원으로, 저녁에는 유튜버로 활동할 수 있었던 그 힘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에서 ‘퇴경아 약먹자’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고퇴경입니다. 영남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고, 한때는 약사로 약국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재 낮에는 연구원, 저녁에는 유튜버로 일하고 있습니다.

약사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적부터 스스로 생각하기에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은 적성에 맞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회사원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이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간호사이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의사나 약사 같은 직업군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때부터 약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약사가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약사를 꿈꿨기 때문에 당연히 약학대학(이하 약대)을 희망했지만, 지금도 그렇듯이 약대 진학의 방법이 편입뿐이라 일단 다른 대학을 다니는 수밖에 없었어요. 따라서 경희대학교 동서의과학과에 먼저 진학한 후 약대 편입을 위한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이하 PEET)을 준비했습니다. 스무 살 여름방학에는 먼저 토익점수를 올렸고, 겨울방학부터 약 8개월 동안 PEET를 열심히 준비해 결국 영남대학교 약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약대에 입학한 후 4년의 대학 생활을 보내고, 이후 약사고시에 합격해 진정한 약사가 됐습니다. 약사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저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라 공부하는데 힘들지 않았고 즐겁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람들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저 혼자만 힘든 길을 걷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대학 시절 고퇴경 님의 모습은 어떠셨나요
  저는 학교를 70명 중에 70등으로 졸업했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대학의 구조가 졸업이 쉽다 보니 더 마음 놓고 대학 시절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약대 입학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였던지라 정작 진학 후엔 공부에 열중하기보다 다른 흥미 있는 일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동아리로 록밴드에 가입해서 베이스도 연주해봤고, 운동에도 관심이 많아서 주짓수를 잠깐 배운 적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컴퓨터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기도 했죠. 다른 대학생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어요. 

유튜버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생 때까지는 영상을 보는 것만 좋아했었고, 유튜버라는 직업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전국약대생연합회’라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동기들과 가수의 뮤직비디오 패러디 UCC를 제작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영상의 기획과 출연만 했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동영상 제작에 흥미를 느꼈고, 틈날 때마다 영상을 만들다 보니 즐겁고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제작한 동영상들이 하나둘씩 생기니까 다른 사람에게도 내가 만든 영상을 공유하고 싶었고, 결국 ‘퇴경아 약먹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게 됐습니다.

영상 제작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가장 먼저 어떤 영상을 만들지 고민하는 ‘기획’ 단계를 거칩니다. 기획은 평균 하루 정도 걸리는데 이때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영상이 나올 수 있을지, 주제와 내용, 편집 방향 등을 충분히 생각하고 계획하는 시간을 가져요. 이뿐만 아니라 영상에 사용할 노래까지 준비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서 경우에 따라 이 단계에서 2-3일이 걸리기도 합니다. 기획 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인 ‘촬영’을 진행하는데요. 촬영 단계에서는 보통 5-7시간이 걸립니다. 꼼꼼히 동선을 체크하고 영상에서 어떤 위치에 나올지 세심한 부분들을 고려하면서 영상을 찍는 것을 중점으로 하고 있어요. 마지막 단계는 ‘편집’이에요. 촬영한 영상들을 가지고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편집에 신경을 많이 써요. 특히 저는 하나의 영상에서 다양한 옷을 입고 등장하는데 이 부분들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면서 편집합니다. 보통 이 과정은 4-5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약사와 유튜버를 병행하면서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저의 본업은 약사이고, 유튜브 일은 취미일 뿐이에요. 처음부터 즐겁게 활동하려고 한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만약 본업을 유튜버로 삼는다면, 그 순간부터 더는 제가 재미있게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약사와 유튜버를 병행하는 거예요. 그저 취미로 가볍고 즐겁게 영상을 제작하려고 하니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나, 힘들었던 경험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춤 영상 이외에도 가끔 약사로서 약에 관련된 궁금증을 해결해드리는 영상도 제작하고 있어요. 약사와 유튜버 일 모두 즐겁게 임하고 있어서 좋습니다.

고퇴경 님이 꿈꾸시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요. 아직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서 도전하지 못하고 있지만요. 최근에는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서 케이팝 랜덤 플레이 댄스를 진행한 영상을 가끔 업로드하는데, 이 아이템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도 목표예요. 아직 다른 나라에서는 케이팝이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해외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진행한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해주셨어요. 다양한 곳에서 진행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는 영국의 런던이었어요. 다른 도시들도 반응이 좋았지만 특히 런던의 경우, 참여한 대부분 사람이 케이팝으로 하나가 돼 함께 즐기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서 나중에 꼭 한 번 더 진행하려고 합니다. 저의 이러한 행보가 케이팝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계획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별 탈 없이 활동하는 거예요. 현재 저의 상황이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해서 내일도 오늘만 같으면 좋겠습니다. 

약사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해볼까’하고 고민하고 계신다면 주저 없이 시작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처럼, 기대감 없이 시작한 일이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예요.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원동력이 생기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약사와 유튜버를 병행할 수 있었던 건 힘든 것보다 즐거운 마음이 더 커서 가능한 일이었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늘 응원합니다.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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