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술 취한 남성을 제압하는 경찰관의 영상이 게시돼 화제와 동시에 논란을 일으켰다. 이 영상에서는 만취한 중년 남성 2명이 남녀 경찰 2명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여성 경찰이 남성 주취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며칠째 지속되고 있다. 관할서인 구로경찰서 측은 전체 2분 분량의 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정상적 업무수행이었다”라고 말했지만, 논란은 여경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여경 선발을 폐지, 축소해야 한다’라는 여경 무용론으로까지 번졌다.

  여경 논란의 배경에는 여경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각이 깔려있다. 여경에 대한 비판의 초점은 주로 여성들의 신체 능력 부족에 맞춰진다. 여경은 사진 한 장이나 짧은 영상만으로 ‘사건이 발생해도 어쩔 줄 몰라 하며 남성 경찰이나 시민에게 도움을 청하는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최근에는 여경 선발 비중을 대폭 축소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여경 무용론은 한국의 여경 체력검사 강도가 주변국보다 부실하다는 의견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경찰청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의 478개 직무를 분석한 결과, 체력과 무관한 직무가 76%인 반면 체력과 관련한 직무는 2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통계는 경찰의 역량이 체력으로만 결정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결과며, 체력 문제에서 기인한 여경 무용론이 역설적임을 보여준다. 경찰 업무의 대부분은 범인 제압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와 관련있다. 남경도 충분히 피해자를 보살필 수 있지만, 최근 그들이 불법 촬영 피해자를 조롱하고 성범죄 피해자에게 당시 상황을 재현해보라고 하는 등의 2차 가해를 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여성·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나 데이트·가정 폭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지금, 피해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공감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에는 여경의 힘이 필요하다.

  사회는 여성 경찰을 약한 존재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고 있다. 여성 경찰을 향한 불편한 여론을 잠재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개인부터 여경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여경’이라는 단어에서 여성 혐오가 떠오르지 않고 ‘경찰관’이라는 오롯한 하나의 의미가 형성되도록 말이다. 논란이 돼야 할 대상이 경찰관의 뺨을 때린 취객인지, 아니면 현장 상황에 맞게 행동한 여경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보운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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