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나는 얼마나 해로운 생명체인가. 언젠가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운동인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첫날엔 실천에 앞서 결의를 다지기 위해 텀블러를 하나 구매했다. 일회용 컵을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다음날 카페로 향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가방을 뒤져 텀블러를 찾았지만, 행동이 몸에 배지 않은 탓인지 무심코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용기에 음료를 받은 기자는 스스로를 타박했다. 비싸게 주고 산 텀블러가 20년 동안 쌓아온 습관 앞에서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이후 반드시 제로 웨이스트를 제대로 실천하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지만, 의지와 다르게 무언가를 소비할 때마다 쓰레기는 계속 배출됐다.
 
  하지만 이렇게 실패할 수는 없었다. 사소한 데서라도 실천하자고 마음먹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 용기를 넣어달라는 요청 사항을 지웠다. 그리고는 서랍 깊숙이 보관된 수저와 접시를 챙겼다. 설거지는 여전히 귀찮았지만, 조금이나마 환경 보호를 실천하지 않았을까 하는 뿌듯함이 들었다.
 
  일주일간의 제로 웨이스트는 철저히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는지 쓰레기 배출량을 자주 의식하게 됐고 덕분에 생활이 조금 귀찮아졌다. 그래도 그 귀찮음이 나를 이전보다 지구에 덜 해로운 생명체가 되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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