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 침대 위를 뒹굴다 보면 문득 활동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진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그런 기분이 들어 적절한 운동을 찾아보던 중,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플로깅’을 알게 됐다. 환경에 도움이 되면서 운동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첫날, 일찍부터 나가 플로깅을 하겠다는 다짐이 완전히 무너졌다. 침대를 뒹구는 습관이 얼마나 무섭던지 정신을 차려보니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작심삼일이라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에 쓰레기봉투, 비닐장갑을 들고 집 앞의 하천 산책로로 향했다. 길가에 널린 쓰레기에 놀란 것도 잠시, 의욕에 불타 한참을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의욕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3일 내내 쓰레기를 주웠음에도 산책로는 여전히 더러웠다. 속상한 마음에 플로깅을 하러 나가지 않는 날도 생겼다. 그렇다고 플로깅을 이대로 끝내자니 집에서 시체처럼 늘어져 있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쓰레기 줍기보다 조깅을 우선에 두기로 마음먹고 다시 플로깅을 시작했다. 그러자 쓰레기를 줍는 데 집중하다 놓쳤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햇살과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는 모습에 마음이 상쾌해졌다.
 

  마지막 날에도 길가에 널린 쓰레기는 여전했다. 조금 속상하기도 했지만, 문득 ‘내가 플로깅을 한 뒤 산책로를 찾은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깨끗한 길을 걷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결과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의미들도 가치 있음을 깨달은 일주일이었다.
                                                                                 곽예은 기자 yeeun36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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