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엊그제 일인 것 마냥 그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속보를 보며 몇 분 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2008년 2월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 무너지는 모습은 600년이 넘은 건축물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허무 그 자체였다. 숭례문이 타들어가는 순간 우리의 혼과 얼도 함께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
  숭례문은 필연적으로 불과 질긴 인연을 맺고 있다. 숭례문은 관악산에서 뻗어 나오는 화기(火氣)로부터 경복궁을 지키고자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지은 이름이다. 숭례문의 현판이 가로로 쓰여진 다른 성문과는 달리 ‘숭’이 ‘례’를 내려누르도록 세로로 쓰여진 것에서 그 의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즉 인(仁), 예(禮), 신(信), 의(義), 지(智) 오행 중 화(火)를 뜻하는 예(禮)를 숭(崇)의 산(土) 기운으로 눌러서 불을 잠재우도록 쓰여진 것이다.
  불로부터 경복궁을 지켜주던 숭례문이 불타버린 지 3년이 지난 지금, 숭례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날을 반추하며, 숭례문으로 다크 투어리즘을 떠나보았다. 회현역에서 내려 숭례문광장까지 가는 동안 기대감에 부풀어 걸음을 재촉했다. 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기에 숭례문이 어느 정도 옛 모습을 되찾았을지 매우 기대됐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숭례문은 여전히 높은 가림막 속에 자취를 감추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관심과 정성을 쏟아 부어도 모자랄 국보 1호가 방화범의 단순 원한에 의해 타버렸다는 사실을 직접 마주하니 무척이나 서글펐다. 복구 현장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좀 더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600년의 세월 동안 서울을 지켜온 우직한 기둥과 돌, 아름다운 기와가 자리하고 있어야 할 곳에 철제 고정물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 같았다. 문화재청 숭례문 복구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대략 60∼70% 정도 복원사업이 진행됐으며 내년 12월까지 성곽보수공사를 끝으로 복원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주변의 수목 정비나 숭례문 전시관 관리 등 부수적인 일들은 2013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라 밝혔다.
  문화재청은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개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토요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4회차,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6회차로 구성돼있다. 관람은 숭례문의 역사, 화재 피해, 복구계획 및 추진상황 등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약 한 시간정도가 소요된다. 사전 예약은 관람을 원하는 날 2주 전부터 해당 홈페이지(http://www.sungnyemun.co.kr)에서 신청 가능하다. 오랜 시간을 불로부터 우리를 지켜준 숭례문에게 그동안 우리가 너무 소홀했다고 앞으로는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주겠다고 직접 찾아가 위로해주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