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생, 191cm의 훤칠한 키. 지난해 잠시 은퇴를 맞이하고 다시 LIG 그래이터스의 레프트 선수로 등장한 배구선수 조성철은 이번 시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대한항공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고 은퇴했던 작년, 뼈아픈 좌절을 겪었지만 그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돌아왔다.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치고 난 지금 그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몸을 가꾸고 있다고 한다. 다음 시즌에서 그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이번호에서는 조성철 선수를 만나 그의 배구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배구가 즐겁고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조성철 선수
◆배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배구라는 운동을 잘 몰랐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체육 선생님께서 저를 보시고는 배구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래서 그 선생님 따라 배구부가 있는 학교로 가서 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원래 제가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고 키가 크다보니 집에서도 중학교에 들어가면 농구를 시켜보려고 했대요. 어머니께서 농구를 잠깐 하셨거든요. 그런데 배구가 농구보다 먼저 기회가 닿아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당시에 어머니께서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어린 나이에 뭘 알았겠어요. (웃음)

◆배구의 매력을 처음 느끼셨던 때가 궁금한데요.
난생처음 접해보는 공놀이라 신기했어요. 농구나 축구, 야구 등을 하다가 배구를 처음 해봤는데 재밌었어요. 그리고 천천히 배우면서 선배들이 하는 걸 지켜봤어요. 어느 날은 한 선배가 스파이크를 하는데 그걸 보고 매우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고 싶었죠. 그리고 나중에 스파이크를 배웠을 때 ‘아, 배구가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지금도 배구는 정말 좋은데 직업이다 보니 억지로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때 느꼈던 배구의 즐거움은 좀 반감됐죠.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지금까지 세 번 운동을 그만두려고 한 적이 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학교 1학년 때. 초등학생 때는 어리고 스포츠계를 잘 몰랐어요. 중학교 올라오고 나서 스포츠계의 선후배 관계가 뭔지 알았죠. 그런 딱딱하고 다소 엄격한 관계가 저에게는 힘들고 부담이 됐어요. 그래서 처음 그만 두려고 했었어요. 어머니와 함께 감독님을 찾아가서 얘기를 나누는데 어머니가 설득을 당하셨어요. (웃음) 그래서 계속 하게 됐죠.
고등학교 때 제가 속한 팀이 몇 번 우승하기 시작하면서 감독님께서 저의 기량을 더 발휘시키려고 하셨어요. 너는 더 할 수 있다고 하시는데 어릴 때라 그게 뭔지 몰랐어요. 감독님한테 매일 혼나고 맞으니까 어느 날은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그 다음날 같이 배구하는 친구들한테 앞으로 연습 안 나오겠다고 선언했어요. 친구들이 장난치지 말라고 했죠. 그리고 진짜 연습을 안 나갔어요. 그랬더니 친구들이랑 선배들, 후배들에게 전화오고 난리가 나더라고요. 한 시간에 전화 100통이 오는데 안 나갈 수가 없었어요. 다시 했죠.
그리고는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다쳐서 2년을 쉬게 됐어요. 발이랑 무릎이 안 좋아져서 수술을 두 번 했죠. 그 때 병원에 있다가 배구 시합 중계를 TV로 보게 됐어요. 보면서 갑자기 우울해 지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저보다 실력이 부족했던 친구들이 대학가서 팀의 주전으로 뛰는 것을 보는데 서러워졌어요. 제가 뒤처지는 것 같았죠. 어머니랑 같이 있는데 눈물이 막 흐르더라고요. 복귀해서 다시 따라갈 수 있을지, 다른 친구들을 이기고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 인하대 감독님께서 저를 기다려 주셨어요.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주셨는데 참 감사했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제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둘이서 부둥켜안고 울었죠.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힘든 일도 있었겠지만 배구를 하면서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잠시 은퇴를 했다가 이번에 다시 돌아왔어요. 솔직히 은퇴라고 하기엔 민망해요. 대한항공에 있을 때 시합도 많이 못 나갔고 인정받을 정도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LIG로 돌아왔는데 인터넷 기사 제목이 ‘미운오리새끼에서 보석으로’, ‘은퇴에서 주전까지’ 이렇게 뜨더라고요. 뿌듯했어요. 배구를 통해 내가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요. 배구로 ‘조성철’이라는 이름을 얻었죠. 저라는 사람이 이렇게 이름도 알려지고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다 배구 덕분이잖아요.

◆대한항공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고 은퇴를 선언했다가 LIG로 들어오게 됐는데 기분이 어떠셨는지.
사실 그때 많이 좌절했어요. 제가 원망스러웠죠. 내가 이정도 밖에 안 되는 애였나 싶었어요. 상처받았죠. 그런데 어머니의 한마디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이왕 하는 거 날개라도 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거든요. 거기서 많이 배웠고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후 들어온 게 LIG에요. 지금 이 팀에는 그냥 감사한 마음 밖에 없어요. 저를 불러주고 미련을 풀 수 있게 해줬거든요.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일단 치료 잘하고 다음 시즌 준비 잘하는 거요. 최소한 이번 시즌보다 팀에서 더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 3년차가 되는데 배구 실력도 좀 키워서 안정적으로 바뀌어야겠죠. 잘해야죠. (웃음)
좀 더 궁극적인 목표를 말하자면 계속 배구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거예요. 나이가 들어서도 제가 하는 일이 배구여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꿈꿔왔어요.
제가 체육교육과를 나왔거든요. 4학년 때 교생실습을 나갔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주종목이 배구이다 보니 다른 것은 잘 몰랐어요. 그런데 높이뛰기를 가르쳐야 하는 거예요. 높이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칠 생각을 하니 열심히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이 알려준 대로 따라 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까 좋았어요. 그 다음에 수업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뿌듯했고 그때 교사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 한마디 해주세요.
일단 ‘조성철’이라는 배구선수를 알아줘서 고마워요. 그것도 고마운데 응원해줘서 더 고맙고요. 그동안 팬 관리를 잘 못했는데 뒤에서 조용히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할 테니 계속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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