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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에 영상을 입히다, 스크린에 등장한 소설
2012년 06월 05일 (화) 12:13:10 이정아 기자 dlwjddk36@naver.com

배우 박해일의 삭발투혼, 매회 촬영 때마다 여덟 시간이 넘는 특수 분장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은교>는 칠십세 노인과 열일곱 소녀의 욕망과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은교>가 관객들의 관심을 끈 배후에는 무엇보다 중견소설가 박범신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작년, 공지영과 김려령의 소설을 각색하여 제작된 영화 <도가니>와 <완득이>도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충무로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열풍에 휩싸였다.

소설 원작 영화의 흥행 원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주목을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소설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상투적인 시나리오 전개와 소재에 질린 관객들이 소설이 원작이라면 더 풍성한 이야기와 탄탄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책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영화의 권위 또한 보장받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원작소설이 영화화되면 소설의 기존 독자들을 영화의 관객으로 보장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는 흥행에 유리하다.

영화로 급부상한 소설

박범신의 원작 소설 『은교』는 영화 <은교>가 개봉하면서 순식간에 도서 베스트셀러 순위 5위권 안에 진입했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의 자체 통계에 의하면 박범신의 『은교』는 소설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과거에는 이미 인기를 얻은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 소설이 영화로 각색될 때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은교>처럼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 소설이 더 주목받게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에 많은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회사가 가진 판권의 소설을 영화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소설과 영화 사이의 문제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컨텐츠는 새로운 흐름이 아닌 기존에도 꾸준히 있던 일이다. 그러나 출판사와 영화사의 윈윈(win-win)전략의 결과물인 기획 상품, 공격적인 마케팅, 언론을 이용한 여론몰이는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에 힘입어 급부상하게 되는 스크린셀러(screenseller, 영화의 흥행성공으로 주목받게 된 원작소설)의 가치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소설과 영화가 독자적인 가치로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영화사와 출판사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소재와 진지한 성찰을 찾아 접근한 문학 또한 흥행 위주로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자본이 자본을 낳는 꼴이다. 소설과 영화가 함께 퇴보하는게 될지도 모른다.
영상세대의 구미에 맞춘 스크린셀러가 서점가를 점령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한 문학평론가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다른 매체의 장르적 특징을 차용한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 2차 콘텐츠 제작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로서 폭발력은 없다"면서 "그렇게 반길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의 출판 현실에서 비판만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평했다.

흐름은 유지, 더 노력이 필요

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이러한 흐름을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다. 현 시대에서 소설과 영화의 관계는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공생관계와 같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끊임없는 재생산의 과정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인정하되 단순히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흥미 위주의 소재주의와 획일화로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것은 제작자뿐 아니라 문화 소비의 주체인 독자와 관객들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영화와 소설이 독자적인 훌륭한 컨텐츠로 충실히 제 역할을 수행해 그것이 융화될 때더 환히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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