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가루와 예술혼의 아름다운 동거

철공소가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달 1일에 시작돼 23일까지 주말마다 전시 프로젝트 <문래 58번지 골목을 아시나요?>가 열린다. 관람객들은 문래 58번지 골목에 있는 철공소 7곳에서 회화, 설치물, 사진 영상,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작품들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자, 그럼 전시 첫날의 문래동 58번지 골목풍경들을 함께 들여다볼까?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뚝딱뚝딱! 철공소에서 작업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귀를 울렸다. 폭이 좁은 골목을 지나가니 또 다른 골목이 미로처럼 펼쳐졌다. 골목 군데군데 있던 벽화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매력적이고, 태어나 처음 보는 1960~70년대식 철공소 건물들은 왠지 모르게 정겹다.

전시장 ‘세현정밀’의 풍경. 먼지가 묻은 흰 천들이 빨랫줄에 널려있으니 빨래가 널린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흰 천은 노동이 일상인 철공 기술자들의 삶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한쪽에서는 두꺼운 종이로 만든 카메라 위에 휴대폰을 두고 사진을 찍는 전시가 진행됐다. 흰 천들과 사진들이 빨랫줄에 걸려있는 모습은 오묘한 예술적 감흥을 자아낸다.

‘대영정밀’에서는 철공 기술자들이 작업하는 영상을 상영했다. 스크린과 별개로 놓여있던 아주 오래되고 낡은 기계들은 당장에라도 작동될 것 같은 기운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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