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과장을 할 때 취업을 위한 졸업생초청특강을 열었던 적이 있다. 특강이 끝난 후 오랜만에 만난 제자들과 연구실에서 차 한 잔하며 한담을 나누었다.
“선생님! 대학 다닐 때 선생님께서 우리를 아주 야속하고 섭섭하게 한 적이 많았어요.” 제자가 이런 말을 꺼내기에 이건 또 내가 무슨 허튼소리를 했나 긴장했다. 제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내가 진로에 대해 말할 때 늘 “애들아, 너희 너무 이런저런 것들 기웃거리며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한두 분야 선정해서 집중해야 승부가 난다”고 닦달하듯 강조했다는 것이다. 당시 제자들은 아주 많은 가능성과 꿈을 꾸고 있었는데 내가 빨리 진로분야를 정하고 집중하라고 하니 정말 야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어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행사 후에 보낸 메일 내용을 옮긴다.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무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어쩜 그리 예전의 저의 모습하고 똑같은지. 그래도 아직은 젊어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후배들의 장점이 아닐까 해요.” 

이 일이 있었던 후로 나는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계속 전했다. 그러다가 TV에서 광고홍보 전문가로 뒤늦게 성공한 사람을 보고 선택과 집중이 아닌 다른 방법도 있음을 알게 됐다. 그 전문가는 30여 번 이상 직업을 바꾸었다고 했다. 그때 얻었던 지식과 경험 등이 광고 일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빠른 선택과 집중의 효과도 대단하지만 대기만성형 학생이라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의 섭렵이 주는 효과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과정 하나하나를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진로를 고민하는 사랑하는 학생들이여, 어느 길을 가든 진지하게 임한다면 반드시 풍요로운 결실이 맺어진다는 진리를 가슴에 담기 바란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