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조건』 제러드 텔리스 & 피터 골더

 어떤 기업, 어떤 조직이 성공하는가는 경영학의 영원한 연구주제이다. 마케팅 분야의 구루(guru)로 알려져 있는 잭 트라우트와 앨 리즈는 1980년, 『포지셔닝』이란 책을 출간한다. 이 책에서 그들은 경쟁 기업들보다 시장에 먼저 진입해 소비자의 인식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시장에서 성공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을 ‘선도자 이점(pioneering advantage)’이라고 하며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법칙 중 하나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마켓리더의 조건』의 저자들은 이 법칙이 맞지 않다고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시장에 늦게 진입했지만 선발 진입자를 추월하여 장기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이전에 존재했던 기업들을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자신들이 선도자 혹은 개척자임을 자처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세대 사람들은 나중에 진입한 ‘선도자’ 브랜드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시장지배의 비결이 아니라면 무엇이 장기적 시장지배의 조건일까? 저자들이 제시한 해답은 비전, 끈기, 끊임없는 혁신, 재무적 헌신, 자산 레버리지 이렇게 다섯 가지이다. 이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하면, ‘대량소비시장의 잠재력을 보는 눈(Vision)’과 ‘그 시장을 차지하고자 하는 의지(Will)’이다. (이 책의 원제목이 『Will and Vision』이다.) 포드 자동차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이다. 포드 이전에는 누구도 자동차의 대중화를 꿈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PC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내다보았고, 그 흐름에서 자신이 앞장서겠다는 비전을 갖게 됐다.
 

시장을 지배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대량소비시장을 예측하는 안목이었고, 해당 제품이 그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격대로 제공될 수 있도록 모든 기업의 역량을 집중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남들이 간과한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고, 오랜 기간 동안 기존 업체들이 생각지도 못한 기술로 제품을 개발하는데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등장한 신제품은 뛰어난 성능과 낮은 가격으로 기존 제품들을 시장에서 완전히 몰아낸다. 질레트는 얇은 면도날을 쓰는 면도기 개발에 6년의 시간을 쏟았고, 종이 기저귀를 개발한 P&G는 원하는 가격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10년 동안 연구에 매달렸으며, 제록스는 상업적으로 쓸 만한 복사기를 개발하는데 14년이 걸렸다. 그 오랜 세월을 지속적인 연구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믿음과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혁신 역시 중요한 성공 법칙이다. 새로운 시대를 가져온 신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은 그것은 대체하는 더욱 뛰어난 기술의 등장을 두려워하고, 때로는 그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하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복사기를 통해 문서 혁명을 가져온 제록스는 문서가 없어지는 세상, 즉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이 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해 PARC 연구소를 창립하게 되고, 이 연구소는 컴퓨터와 통신 분야에 많은 연구 업적을 남기게 된다.
 

『마켓리더의 조건』은 세상을 바꾸고,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은 짧은 시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다. 요즘 경영자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여 장기적 연구 개발 투자를 게을리 하고 있기에,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고 하겠다. 끈기를 가지고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신제품 개발을 하지 않는 조직은 성공할 수 없다. 뚝심을 가지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수 있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결국 경쟁사보다 더 높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이 책은 경영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조금 앞서간다고 해서 그것이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비전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이 끊임없는 자기 혁신도 필요하다. 뜻을 세운 후에 (입지, 立志) 자강불식(自强不息)으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자세가 성공을 위한 동서양의 보편적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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