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gels. A History』, 데이비드 앨버트 존스

교수님이 권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할 때면 우리는 하얀 옷을 입고 머리에 후광이 있는 천사장식을 떠올린다. 순진무구한 아이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인간의 수호자로 표상되기도 하는 천사의 모습은 우리에게 순수와 순결, 선과 정의의 뜻을 품고 있는 존재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천사의 모습이 이런 것만은 아니다. 영화 <Michael>에서 뚱뚱한 뱃살과 너저분한 날개, 줄곧 담배를 피우며 여자를 밝히는 존재로 표현된 천사의 모습이나, <City of Angels>에서 육체적 쾌락을 위해 불멸의 특권을 포기하는 존재로 표현된 천사의 모습 등은 감각적인 육체적 존재로서의 우리 모습과 매우 닮았다.


   그러나 당연시해왔기에 지나칠 수 있는 천사에 대해 의문을 갖는 순간 서구의 역사, 문화예술 및 종교와 관련된 수많은 질문이 터져 나온다. 천사가 신과 인간의 중개자이듯이, 천사에 관한 담론은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매개를 기본 형식으로 하고 있으므로 인류 문화사의 핵심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사에 관해 제기할 수 있는 직접적인 물음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는 천사란 어떤 존재이며 언제부터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고, 시대, 문화적으로 어떠한 의미변화를 겪어 왔을까 하는 물음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쓰인 책이 성 매리대학 교수인 데이비드 앨버트 존스에 의해 출간됐다.


   천사에 관한 물음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저자 역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물음의 맥락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말하자면 천사는 종교의 시작부터 보이는 세계를 비춰주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밝혀주는 존재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천사의 위상은 이미 고대철학자에게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플라톤은 인간과 신 사이에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다이몬(Daimon)’이라는 중간자적인 존재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성만 갖추고 있는 존재에 의해 별과 행성이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생각은 알렉산드리아의 유대 철학자인 필로에게 전해졌다. 그는 모세가 언급한 ‘천사(Angel)’와 그리스 철학자가 이야기한 ‘다이몬’을 결부시켰고 이후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겐은 인간의 영혼과 천사, ‘데몬(Demon)’이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영혼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있는데 가장 잘 선택한 영혼은 천사가 되고, 그보다 못한 선택을 하면 인간이 되며, 나쁜 선택을 하면 ‘데몬’이 된다는 것이다.


   그 이후 중세 어거스틴은 인간의 영혼과 천사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천사는 순수히 영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천사의 기본적 위상을 근간으로 수많은 이야기와 이론이 존재하며 그 논의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한정된 공간에 다 소개할 수 없어 흥미로운 물음에 대한 답변을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겠다.


  도대체 천사는 얼마나 존재할까? 서구에는 모든 사람의 등 뒤에 수호천사가 달라붙어 보호해준다는 믿음이 있다. 인구수만큼의 천사가 있다는 것인데, 이와 달리 저자는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그렇지만 불확실한 대답을 제시한다. 천사 가브리엘은 예언자 모하메드에게 나타나 매일 7만 명의 천사가 일곱 번째 하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에 따르면 우주의 시작부터 계산해 350,000million million의 천사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이야기일 뿐, 천사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들이 춤을 출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중세 철학자 아퀴나스는 영적인 존재로만 생각되기 힘든 천사에 대해 ‘과연 한 명 이상의 천사들이 한 점에서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에 근거하여 19세기 영국 작가 아이작 디즈레일리는 ‘얼마나 많은 천사가 매우 정교한 바늘 끝에서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춤을 출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한번 생각해볼만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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