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희대에서 대학 강사가 한 학생으로부터 국정원에 신고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강사의 수업이 반자본주의적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러한 사실은 페이스북과 언론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지만, 국정원에서 추후 조사를 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이 사건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의 증상이자 징후이기 때문이다. 먼저, 증상이라 볼 수 있는 이유로 많은 대학에서 강사나 교수들이 자신의 수업에서 한 발언이나 SNS 공간에 올린 글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여럿 있었는데, 어느 순간 외부로 더 강력하게 표출됐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일상,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국가권력뿐만 아니라 일상의 감시와 통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특정한 감시자가 아니라 수업을 듣는 학생이나 함께 근무하는 동료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과거처럼 특정한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 지극히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특징적인 부분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만약 시간강사가 아니라 전임교수였더라도 그렇게 쉽사리 신고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단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는 시간강사가 학생으로부터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것이 단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 당국 역시 시간강사를 대우하지 않는다. 강의를 그만두는 과정만 보더라도 아무런 통보 없이 잘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은 시간강사에 국한되지만 훗날에는 전임교수 역시 그런 취급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언가 무너질 때는 항상 주변부의 약한 고리부터 조금씩 허물어지는 법이다.
   둘째,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신고 문화가 일상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일선 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신고하는 사례를 종종 들었다. 불과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이 자신을 때린 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어떤 폭력이라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당사자들끼리 혹은 가정이나 학교 등 공동체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도 경찰이나 법 등 공권력의 힘을 빌리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갈등조정이나 문제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개인과 공동체의 대처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주의할 점은 전반적인 사회 환경의 변화이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은 인간이 타자와 관계를 맺는 과정을 연습하고 훈련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는 그러한 시행착오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셋째, 이러한 일은 결국 소통과 신뢰를 부정하고 다양한 관계 및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인간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항상 차이와 갈등을 전제로 한다. 사회는 그러한 차이와 갈등을 조절 또는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유지돼 왔다. 하지만 만약 지금처럼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진다면 사회라는 공동체가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수상한 사람 다시 보자’라는 표어는 처음에 낯선 사람이나 이방인을 경계하도록 했다. 그 시간이 길어지고 상황이 반복되면 이방인뿐만 아니라 이웃집 사람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중요한 전환점에 와 있다. 현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자살, 우울증, 분노범죄, 강력범죄 등의 문제는 우리의 삶에 축적된 것들이 분출되어 나타나는 증상이자, 나아가 향후 한국 사회가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징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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