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정부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반발해 단식 농성을 벌이던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김미희 의원이 실신했다. 같이 시위를 벌이던 의원들 역시 체중감소는 물론, 건강이 악화됐다고 한다. 통진당 해산 문제를 두고 각계의 찬반양론이 날카롭게 맞닿고 있지만, 우선 기자는 통진당 해산이라는 사건 자체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정부는 다음의 이유를 들어 통진당의 해산심판을 요구했다. △통합민주당이 내세우는 진보적 민주주의 사상이 김일성의 사상과 부합한다는 점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등이 민주적 선거제도에 위배됐다는 점 등이다. 지난 9월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든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이와 함께 맞물려, 통진당은 수세에 몰렸다. 통진당이 물의를 빚었던 전례를 미뤄 보아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기에 충분했다.


   정당은 각자의 설립 목적과 나름의 이데올로기를 지니고 있다. 자칫하면 이념의 편협성에 치우쳐 흑백논리로 치달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를 떠나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오늘날 사회에서 합법한 요건 아래 설립된 통진당을 마녀사냥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자유주의 사상이 오늘날의 보편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지지만, 한편으론 진보세력에 대해 옹호하는 말을 하면 그새 ‘종북세력이 아니냐’라고 화살을 맞는 현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당 존립 규칙에 따라 해당 정당은 해체된다. 이를 통해 자연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한 나라의 정권이 진두지휘하여 여론을 몰아간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이건 좌파 또는 우파라는 논점으로 다룰 일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통진당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이 존재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통진당이 의심받을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통진당의 반박대로 그들의 의도가 전면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뜻한 바와 달리 말과 행동이 오해받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는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사사로운 일상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단적으로 인간관계에 있어, 상처를 주고자 했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나의 말은 누군가에게 칼이 돼 꽂히기도 한다. 이는 알 수 없는 반목감정을 형성하며 문제를 심화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열쇠는 그 사람을 내 입맛대로 내 생각대로 몰아가는 것에 있지 않다. 오해의 꺼풀을 한 겹 한 겹 벗겨내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서부터 해결의 단초가 마련된다. 이 점은 인간관계라는 작은 틀을 넘어 통진당 사태에도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