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해 성적증명서를 제출하려는 취준생은 지금 좌불안석이다. 대학마다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성적표기 방식에 교육부가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4년제 198개 대학 중 153개의 대학이 불리한 학점을 지울 수 있는 ‘학점포기제’를 시행하거나, 재수강 여부와 F학점을 가려주는 이른바 ‘대외용 성적표’를 발급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제도가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을 부추기고, 성적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입장이다.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3월까지 성적표 발급에 대한 자체적인 시정결과 보고와 검토를 권고받았다. 이로 인해 대부분 대학이 성적표기 방식을 변경했다. 앞으로 F학점과 재수강 여부가 성적표에 의무적으로 표기된다. 그에 따라 대외용 성적표 같은 이중 성적표 발급은 할 수 없게 됐다.

갑작스러운 성적표기 방식 변경에 졸업과 취업을 앞둔 학생은 억울하다는 견해다. 한 대학은 F학점을 제외해주는 성적표 발급을 취소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학교와 학생은 이견을 조율한 끝에 졸업예정자와 졸업유예자에게만 이전과 같은 성적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논란은 ‘대학은 취업의 발판이다’라는 말을 대변하는 듯하다. 매년 취업자의 평균 학점이 3.5 이상이라는 한 구인·구직 포탈의 조사는 취업에 있어 성적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임을 보여준다.

각 대학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사실 대학이 이중 성적표를 발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취업률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교육부 조치에 따르지 않으면 대학은 각종 재정지원에서 제한을 받는다. 이러한 교육부의 역설적인 평가 행위는 대학과 학생 사이만 멀어지게 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청년들은 10대 때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등급을, 20대 때는 원하는 곳에 취직하기 위해 좋은 성적을 받아야 했다. 자신이 원하는 성적을 받기 위해 줄곧 달려온 학생들에겐 교육부와 대학의 조치가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시적인 좋은 성적이 모든 꿈을 이뤄줄 만큼 사회와 인생은 가혹하지 않다. 대학은 분명 좋은 성적 외에 값진 경험과 배움을 주는 곳이다. 그곳에서 자신이 성장할 원동력을 탐구하고 얻는다면 꿈은 본인의 것이 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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