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아날로그의 감동

▲ 사라진 표지사진을 찾아 히말라야를 오르는 월터. 이 장면은 현지에서 촬영됐다

 16년째 월터는 ‘라이프’ 지의 네거티브 사진실에서 포토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한 그에게 들린 소식은 회사가 인터넷 잡지사로 구조조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마지막 잡지 발간을 앞두고 표지 사진마저 사라지자 월터는 사진을 찾기 위해 특별한 모험을 떠난다.
 사진작가 숀이 보낸 필름을 찾으러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아프가니스탄, 히말라야를 오가는 여정을 통해 월터는 상상의 틀에서 벗어나 행동과 실천이 만든 내면의 성장을 이룬다. 이 여정은 바다 한가운데 헬기에서 뛰어내리기, 폭발 직전 화산으로 돌진하기 등으로 한 번도 뉴욕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에겐 상상 그 이상의 모험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던 그는, 이를 통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화해간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평범한 일상을 상상으로 멋지게 바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제임스 서버의 단편소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를 각색해 만들어졌다. 1939년 잡지 ‘더 뉴요커’(The New Yorker)를 통해 발표된 원작에 현대를 배경으로 화려한 풍경을 더해, 더욱 풍성한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

근래에 보기 드문 촬영 방식
 

 바다 한가운데에 뛰어들거나 스케이트보드에 몸을 싣고 아이슬란드를 질주하는 장면은 생동감이 넘친다. 눈앞에서 펼쳐진 장엄한 대자연은 관객에게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장면의 비밀은 현지 촬영에 있다. 현지 촬영은 컴퓨터로 화면을 조작하는 기법인 CG(Computer Graphics)가 아니라 스튜디오 밖의 자연환경이나 실제 배경에서 하는 촬영을 의미한다. 영화의 감독이자 월터를 연기한 벤 스틸러는 관객이 월터의 경험을 느낄 수 있게 가능한 한 모든 장면을 세트장이 아닌 현지에서 촬영했다. CG에 익숙한 관객에게 영화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지금은 현지에서 직접 촬영한 영화보다 CG를 이용한 영화를 찾아보기가 더욱 쉽기 때문이다.
 월터의 모험에는 비행기, 헬리콥터, 선박 등 여러 가지 탈 것이 등장한다. 헬리콥터와 비행기의 속도감을 고스란히 전한 장면 뒤에는 필름 촬영이 있다. 과거, 필름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빠뜨릴 수 없는 존재였다. 거의 모든 영화가 필름으로 촬영됐기 때문에 영화와 필름을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개봉하는 영화 중 필름을 사용한 영화는 드물다. 디지털 촬영이 필름 촬영보다 기동력과 실험성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필름 촬영과 비교하면 30% 정도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기에 제작자 입장에서도 디지털 촬영을 반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감독은 월터의 여정에 더욱 진정성을 부여하는 것은 필름이라며, 필름으로 촬영할 것을 고집했다. 그의 고집으로,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수백 장의 예술사진 전시회를 다녀온 느낌을 받게 됐다.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난 ‘라이프’ 지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필름이 디지털 시대에 들어 구식으로 치부됐듯,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역사의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해내며 시대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라이프’ 지 또한 온라인 아카이브로 전락하고 만다. ‘라이프’ 지는 900만 장의 원본 필름과 190명에 이르는 최고의 전속 사진가를 보유했다. 덕분에 알프레드 에이젠스타트, 유진 스미스, 로버트 카파와 같은 당대 최고 사진가의 작품으로 표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라이프’ 지의 등장으로 당시 저널리즘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던 사진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토저널리즘을 완성했다. 그들의 대중적인 성공과 함께, 사진은 기사의 보조적인 역할에서 기사 내용 자체를 의미하는 중요한 자리에 올랐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라이프’ 지는 다양한 시도와 점차 수준 높은 사진을 선보였다. 그러나 TV와 인터넷의 활성화로 광고가 급격히 감소해 2007년 4월 20일, 71년 만에 최종 폐간 처리됐다. 지금 ‘라이프’ 지는 인터넷 잡지사로 바뀌어 라이프닷컴(life.com)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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