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갓 지난 봄이다. 저녁 7시 무렵이 되면 어스름이 짙어지고 월곡에도 어둠이 찾아온다. 그런데 월곡, 특히 우리 대학 앞 오거리의 밤은 유난히 밝다. 상점의 간판과 멀리 보이는 고층 건물 때문이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황찬란한 빛은 늦은 하교를 하는 기자가 외롭지 않도록 위안이 돼주곤 한다. 밤을 밝히는 빛 덕에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기도 한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입학하기 전 우리 학교를 처음 와본 것도 밤이었다. 언덕을 힘겹게 올라 도착한 학교에서 내려다 본 월곡의 화려한 밤풍경은 어린 나를 들뜨게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인터넷에서 사진가 안세권 씨의 사진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같은 지점과 각도에서 월곡동이 변화하는 모습을 수년간 촬영한 작품을 전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 함께 실린 사진 몇 장은 월곡의 밤풍경에 대한 이전까지의 인식을 뒤바꾸는 계기가 됐다.

사진은 월곡의 달동네가 뉴타운 사업(2005년-2007년)으로 개발되기 전부터 개발된 후까지를 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로등 불빛이 점차 줄어드는 게 한눈에 보였다. 개발되기 전 밤풍경에서 은은함과 정겨움이 묻어났다면, 최근의 밤풍경에선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오래된 집들이 철거되면서 노란 불빛으로 마을을 수놓던 가로등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를 보며 대학가 주변이 점점 화려해지는 것과 달리, 마을은 점차 쇠퇴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잊혀져 가는 월곡의 뒤안길을 생각하니, 빛만 좇던 그동안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밤거리를 지나며 마음 한편으로 정겨운 월곡의 달동네를 함께 떠올린다. 상점과 고층건물의 불빛이 마냥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젠 볼 수 없는 월곡의 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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