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돌아왔다. 바야흐로 연애의 계절이다. 인간에게 사랑의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봄은 상대적으로 연애의 분위기를 조성할 만큼 충분한 매력이 있다. 인생의 시기를 구분할 때 굳이 ‘청춘’을 봄에 비유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청춘은 신체·정서·사회적 측면에서 연애에 가장 적합한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졌다. 20대 청년들은 연애를 갈망하면서도 연애와는 상관없이 살아간다. 그것은 청춘의 연애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물질적 조건으로 제약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 보니 연애 자체는 줄어들고 연애에 관한 ‘이야기’만 많아진다. 또한, ‘진짜’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들 ‘썸타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최근 우연히 전국의 대학에 배포하는 주간신문을 보게 되었는데, 많은 지면이 연애와 관련된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특집(SPECIAL)>은 ‘멀티세대의 탄생’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전체 네 꼭지 중에서 ‘헌팅(부킹) 술집’과 ‘연인의 모텔 이용기’라는 내용으로 두 꼭지를 구성했다. 전자는 단순히 그런 술집이 있다는 것을 소개할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헌팅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SEX>라는 고정 코너에서는 ‘HOW TO LOVE A MAN(내 남자를 위한 애무)’이라는 상세한 내용에 모두 네 면을 할애했다. 예를 들면, 애무의 팁(Tip)으로 “애무가 서툴다면 귀부터 키스해 봐”라고 조언했다. 설문조사 분석 내용에서는 애무할 때 남자들이 좋아했던 곳을 소개하면서 귀, 가슴, 목, 항문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기도 했다. 마치 주부 등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주부생활>과 같은 잡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대학생이라고 해서 애무나 섹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성적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그럼에도 과연 위에서 열거한 연애 정보가 과연 대학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누군가는 ‘실전용’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실전을 겪어본 이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오히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문제는 구체적인 실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애나 결혼, 육아, 직장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실전 기술을 알려주는 수백, 수천 권의 책이 나와 있지만 우리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답이라고 알려진 것은 대부분 실제 상황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그 상황에 처한 당사자가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 얼마 전 폐지된 커플 매칭 프로그램 <짝>(SBS)과, 최근 젊은 층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연애 상담 프로그램 <마녀사냥>(JTBC) 등은 그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애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답답하다. 그래서 자신의 상황에 대한 상담을 받는다. 친구나 선배 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이다. 연애 컨설턴트뿐만 아니라 소위 ‘헌팅’ 방법을 가르치는 ‘픽업 아티스트’라는 이름의 직업도 등장했다. 하지만 연애에 정답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자기 맘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상대방을 알아가고 연애가 성립하는 과정은 단기속성과정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 시간을 견디면서 연애를 하는 사람은 성숙해진다. 따라서 연애의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결혼일 수는 없다. 연애를 통한 깨달음과 성숙이 있었다면 그 연애는 성공한 것이다.
 
 연애는 타인을 만나는 과정이다. 단순히 만나는 정도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함께 만난다. 그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문제다. 마음이 안 맞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접촉이나 성적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숱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계를 지속하는가의 문제는 삶의 중요한 훈련이다. 연애에는 정답이 없다.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내 몸과 마음으로 겪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애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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