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일률적 평가지표에 대학가 몸살

 

2018년, 고교졸업생 < 대학 입학정원

지난 1월 29일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대학 입학정원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안에 대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입학정원(약 56만 명)을 유지할 경우, 2018년부터 고교졸업자 수(약 53만 명)가 대입정원보다 적어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2020년 이후에는 초과 정원이 대폭 증가해, 2023년에는 대입정원의 약 29%가 남아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졸업생보다 많아질 경우, 대입 지원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 교육의 질적 수준과 상관없이 지방대학 및 전문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를 ‘구조개혁 기간’으로 지정하고, 2023년도까지 16만 명의 대학정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부는 3년에 한 번씩 구조개혁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모든 대학은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의 5등급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2회 연속 ‘매우 미흡’ 등급을 받는 대학은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또한,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은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는 정부의 일률적 대학평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교육기관인 대학을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률, 등록금 인하율 등 정량지표 위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구조개혁 평가는 아직 평가지표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대학가에서는 구조개혁 평가가 그동안의 대학평가와 다른 지표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누구를 위한 반값등록금

2011년부터 교육부가 실시해온 대학평가인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의 평가지표에는 ‘등록금 부담완화’도 포함돼 있다. 이는 정치권에 부는 ‘반값등록금’ 논쟁과 함께 대학가에 자발적 등록금 인하를 촉구했다. 그동안 대학 등록금은 특별한 제재 없이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 왔다. 하지만 반값등록금에 대한 국민의 강한 요구와 정부의 압박으로 대학은 조금이나마 등록금을 낮추는 추세다. 대학 알리미(academyinfo.go.kr)가 공시한 2013년 전국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667만 1,400원으로 2011년 대비 5.13% 감소했다.

예전에 비해 등록금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반값등록금은 선거철마다 주요 공약으로 나올 정도로 여전히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반값등록금 자체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지난달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은 ‘반값등록금의 영향과 정치경제학’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반값등록금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위적인 등록금 인하는 대학진학률을 높여 재수생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에 따른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청년 고용률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12년부터 반값등록금을 시행한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시립대)의 경우, 시행 전인 2011년에 비해 2013년 입학 경쟁률이 6.9% 포인트 증가했다. 시립대 재학생 이선형(행정학·25) 씨는 이에 대해 “반값등록금이 특별히 대학진학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액 등록금은 분명 사회적인 문제이며, 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은 이런 문제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다만 정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논의의 부재는 정책 실현 이후에도 끝없는 논쟁을 불러오는 발단이 됐다. 시립대 내에서는 반값등록금 실행으로 교양강의 축소, 복지시설 이용시간 단축 등 교내 교육서비스가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오가고 있다.

 

▲ 서일대학교 연극과 학생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폐과 통보에 반대하는 묵언시위를 하고 있다 ⓒ서일신문사
취업률이 학과 존폐 여부 결정해

지난달 21일, 서일대학교(이하 서일대)는 총학생회를 통해 연극과, 사회체육골프과, 문예창작과를 폐지하고 레크리에이션 야간학부 폐강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침에 따라, 학령인구 감소와 취업률 저조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서일대는 2016년까지 학생 수의 7%를 줄여야 해, 2015년에는 입학 정원 180명을 감축해야 한다. 또한, 2018년까지 취업률을 7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취업률을 기준으로 학과 구조조정 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비단 서일대뿐만이 아니다. 2012년에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가 국어국문과와 통·폐합 됐으며, 지난해 중앙대학교에서는 ‘비인기 학과’라고 불리는 인문?사회계열 4개 전공을 폐지하고 경영학부와 경제학부 등의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배재대학교도 국어국문과를 폐지, 한국어문학과를 신설하고 경남대학교는 철학과를 폐지했다.

통·폐합 및 폐지 학과 대상 중 상당수는 예체능계열을 비롯해 타 전공보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교육부가 대학평가에 취업률 지표를 반영한 이후 학과 통?폐합 현상이 심화됐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교육부는 올해부터 인문?예체능계열의 취업률 지표를 산정 과정에서 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령인구의 감소로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면, 대학에서는 학과 취업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원받고 싶은 학교, 배우고 싶은 학생

또한,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학교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결정한 사안이며, 학생들과 상의를 거치지 않은 채 진행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논란이 된 서일대 일부 학과도 학교 측으로부터 폐지 통보를 받았다. 문예창작과의 경우는 학생들의 반발로 공업계열인 미디어출판과와의 통·폐합으로 변경됐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로 학교의 일방적인 ‘권고’였다고 한다. 이에 장현우(서일대 문예창작·20) 씨는 “이전에 어떠한 얘기도 없었고, 합의도 없었다. 폐지 통보는 학생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이다. 통·폐합 안건 또한 인원수를 보장하지 않고, 커리큘럼이 다른 학과와 통·폐합이 되는 것이라서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령인구가 줄어드는데 정원을 그대로 뒀다가 학생 수가 미달되면 대학으로서도 문제라고 전했다. 덧붙여 대학평가에 취업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교육부 지침도 마찬가지라 이에 역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는 대학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길 바라고, 학생은 배우고 싶은 학문을 마음껏 연구하길 소망한다. 하지만 어딜 가든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이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은 무엇을 위한 것이고, 대학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