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기자의 달력은 여러 행사로 가득했다. 달력에 빨간색으로 적힌 날짜는 보기만 해도 마음을 들뜨게 했다. 주말이면 동기들과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봄꽃 축제를 찾아다녔다. 어린이날에는 사촌 조카와 놀이공원에 가고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과 선물을 준비했다. 또 15일인 스승의 날에는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을 뵈러 가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돈을 모아 카네이션과 선물도 샀다. 표정은 무뚝뚝하지만 기뻐하실 것이 분명한 선생님을 생각하며 깜짝 파티를 계획했다. 그렇게 즐거운 활기에 가득 찬 5월을 보냈다.
 그러나 올해 5월은 모두가 마음 편하게 웃지 못했다. 아직도 세월호 사건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많은 이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은 사건이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흘리고 작은 희망을 품으며 시간을 보냈다. 전 국민이 슬픔에 잠긴 가운데 우리는 5월을 맞이했다. 사건 발생 후 한 달이 지났음에도 당시의 안타까움이 여전히 남아있다. 슬픔을 마음에 담은 채, 다가온 5월은 밝지 않았다. 5월만의 싱그러움보다는 우울한 어둠이 낮게 깔려 있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도 한다.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념일에는 그 의미를 새삼 생각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번 5월에는 가정의 의미가 평소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세월호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버이나 어린이가 없다면 어버이날이나 어린이날의 의미가 사라진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채워지지 않으면 부부의 날도 공허해진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 해도 가정이 온전하지 못하다면 달력의 무수한 기념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난 15일 스승의 날은 작년과 확연히 달랐다. 이날은 스승을 공경하고 존경하며,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자는 뜻으로 제정한 날이다. 매년 스승의 날에는 기념행사가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해 공식 행사를 개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과 교사를 추모하자는 의미로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스승의 날뿐만 아니라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에도 예정됐던 행사들이 취소돼 잠잠한 분위기였다.
 스승의 날 기념행사가 취소된 것은 1982년 정부기념일로 부활한 이후 3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학교 대부분에서는 기념행사를 취소하고 정상수업을 하면서 애도하는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번 스승의 날은 개인적으로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루빨리 모두의 마음이 치유돼 내년에는 계절의 여왕답게 밝은 5월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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