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쓰시나요
 저는 뮤지컬 연구와 평론을 같이 하고 있어요. 제 글은 뮤지컬을 단순히 공연학적인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죠. 뮤지컬을 문학·문화론적으로 접근해서 살펴보고 글을 쓰거든요. 뮤지컬을 문화 산업으로만 보지 않고 문화 현상으로 파악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대중이 뮤지컬에 열광하는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보기도 해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활동적인 성향이 워낙 강해요. 얌전히 앉아서 글만 쓰는 것보다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게 더 즐거웠어요. 국문과 출신이라 소설과 연극을 배웠는데, 그것을 문학작품으로만 바라보는 데에 부족함을 느꼈죠. 그래서 석사학위 받은 후 외국 대학의 연극학과에 진학해 연기 공부를 했어요. 무대의 메커니즘을 몸으로 익히고 싶어서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배웠죠. 그러면서 점점 뮤지컬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깊어졌어요.

 뮤지컬 평론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뮤지컬 평론가는 다른 평론가와는 달리 등단 제도를 찾기 힘들어요. 뮤지컬 평론가가 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인천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공모하는 거예요. 물론, 공모하기 전에 스스로 평론 쓰는 연습을 많이 해봐야죠. 자신이 쓴 평론을 읽고 느낀 점을 알려줄 사람이 있다면 행운이에요. 많은 사람이 읽게 하는 게 평론의 목적이거든요.

 작품을 볼 때 어떤 면을 중시하나요
 드라마와 음악이 얼마나 잘 결합됐는지를 중시해요. 그리고 드라마가 얼마나 개연성이 있는가도 관심 있게 보죠. 저는 작년에 <몬테크리스토>라는 작품에 너무 실망했어요. 각색이 형편없었고 드라마가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죠. 드라마의 빈틈을 메우려는 음악이 지나치게 많았어요. 이 작품의 묘미는 소설에 나오는 치밀한 복수에 있는데 그 모든 복수가 노래 하나로 마무리돼요. 상황이 너무 빨리 정리된 거예요.

 한국의 창작 뮤지컬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시장은 더욱 커져야 해요. 사람들은 영화 시장이 성장했듯이 뮤지컬 시장도 많은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전 아니라고 봐요. 영화는 복제품이기에 가격이 낮고 한 작품이 나오면 퍼지는 속도가 빨라요. 그에 반해 뮤지컬은 공연 횟수에 한계가 있죠. 게다가 티켓 가격도 비싸서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없어요.
 뮤지컬 시장 전체의 상황도 이러니 창작 뮤지컬 시장은 더 어려워요. 흥행에 성공한 해외 작품의 판권을 그대로 사오는 경우와는 달리 창작 뮤지컬은 일단 개봉을 해야 결과를 알 수 있기에 위험 부담이 커요. 그렇다고 해서 한국 뮤지컬 시장을 해외 작품으로만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킬러 콘텐츠가 필요해요. 킬러 콘텐츠는 다른 걸 죽이면서 우뚝 서는 콘텐츠를 의미하는데요.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도 킬러 콘텐츠로 오래 흥행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뮤지컬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뮤지컬 연구한다는 자체도 어려운 일이지만 같이 공감대를 형성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 어려웠죠. 사실 평론은 혼자 하는 일이에요. 원래 글 쓰는 것은 외롭고 고된 작업이고요.
 또 뮤지컬 평론에는 굉장히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어요. 문학, 문화, 경제, 산업 시스템, 저널리즘 등을 다 이해하고 글을 써야죠.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공연이 많아서 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하고 다양한 요소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해요.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저는 ‘대중의 요구를 잊지 말자. 대중의 취향을 잊지 말자. 그들이 뮤지컬 시장에 바라는 것을 잊지 말자. 대중과 함께 간다’라고 생각해요. 제 글에 대한 피드백에는 어렵다는 평이 많아요. 사람들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거겠죠.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까지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제가 추구하는 바와 대중과의 중간지점을 고려하는 거죠.

 최승연 씨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정말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어요. 여러 가지 뮤지컬 작품을 통해 이슈에 정치·문화론적으로 접근해서 음악으로 풀어쓴 책이에요. 그 책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아 ‘나도 이러한 책을 쓰리라’라는 생각을 했죠. 평론가로서의 최종 목표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는, 재미있지만 진중한 글을 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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