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공동의 생활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

타인과 주거를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서울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최미성 씨(32)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셰어하우스에 산다. 5층 규모의 원룸 37개로 구성된 곳이다. 최 씨가 쓰는 13㎡ 규모 방에는 침대와 책상, 드럼세탁기, 냉장고가 갖춰져 있다. 공용 공간에는 입주자 전용 부엌과 서가, 카페 등이 자리 잡았다. 카페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이용할 수 있다. 미혼인 최 씨는 “주말이면 공용 공간인 카페에서 다른 입주자와 어울리며 외로움을 달랜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셰어하우스를 추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전·월세 대란이 지속되면서 집을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에게 주목받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말 그대로 거실, 부엌, 화장실 등 공간을 함께 쓰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공용룸’에서 식사와 취미생활은 공동으로 하고, 개인 생활을 하고 싶을 때에는 각자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형태다. 일부 셰어하우스 운영자는 입주민의 원활한 소통과 화합을 위해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을 고려하고, 신중한 면접을 통해 20-30대 미혼 남녀만 입주자를 뽑기도 한다.

싱글족이 많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이나 다세대 주택은 공간을 독점하는 만족이 있다. 그러나 좁은 공간, 부족한 살림살이, 더 많은 집안일, 외로움 같은 부담을 진다는 단점이 있다. 셰어하우스는 ‘가족이 아닌 타인과 주거를 공유하는 것’으로 혼자 살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고, 더불어 살아도 독립적이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를 잘 보여준다.

셰어하우스 스타일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선 이미 보편적인 주거 방식이다. 특히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셰어하우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대기 명단이 있을 정도로 공실률이 낮다. 일본에서 도심 건물 사이에 가늘고 길게 일자(一字)로 들어선 건물은 대부분 셰어하우스라고 보면 된다. 빈집이 없어서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전용면적 50㎡ 미만인 소형 주택은 약 1,000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20%에 달한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과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형 주택보다는 셰어하우스를 찾는 이가 많다. 교외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나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 또는 직장인이 주로 이용한다. 일부에서는 식사를 공동으로 하고 비용을 나누어 공동 집기를 사기도 한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에도 셰어하우스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서울 연희동 셰어하우스라는 명칭으로 처음 소개된 ‘수목 마이바움 연희’는 지상 5층 37개 방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에는 셰어하우스 전문 업체도 생겨났다. 역세권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셰어하우스 방값은 서울 시내 기준 보증금 50-100만 원 이하에 월세 40-60만 원(1-2인실 기준) 수준이다. 1개월 단위로 계약 가능하다.

또한, 서울 시내와 대학가 중심으로 셰어하우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셰어하우스의 인기가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25.3%(2012년 기준)에 달한다. 2035년엔 34.3%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인 가구 중에서도 다양한 삶의 방식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이 공급과잉 현상을 보여도 셰어하우스는 열풍이 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우리나라 인구 구조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일본 모습과 유사해 수익형 부동산 상품의 형태도 일본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데다 1-2인 가구가 증가해 셰어하우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 그 전철을 한국이 그대로 따라간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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