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의 어느 대학 재학생 10명이 경찰로부터 수사 요청을 받았다. 수사를 의뢰한 주체는 다름 아닌 해당 대학교였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작년 9월부터 시작한 총장 비리 의혹 조사활동을 두고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업무방해’로 수사를 의뢰했다.

학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가 외부로부터 압박을 받은 학생이 비단 이들뿐만은 아니었다. 지난달 7일 대학생 A 씨는 자퇴 선언을 하며 3년간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그는 모교의 기업화 반대 농성을 벌였다가 퇴학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소송을 통해 무효 판결을 받아 학교로 돌아왔지만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A 씨의 대학 생활에 풍파가 잇따랐다. 결국 해당 대학의 지속적인 압박이 A 씨를 자퇴라는 선택에 이르게 했다.

이와 같이 대학 사회에 관심을 두고 문제가 되는 것을 고치려는 대학생들의 노력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기류 중 하나로 대학가에 자치 언론이 생겨났다. 학교 공식 언론 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장한 자치언론은 학내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 <외대학보> 편집장은 총학생회 선거 특집호를 발행했다는 이유로 무단 해임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학내 독립 언론 <외대알리>를 꾸리게 됐다.    

혹자는 “90년대 이후 대학생의 민주의식이 사라졌다”라고도 한다. 이는 과거와 다르게 스펙 쌓기에만 집중하며 현실 사회에는 무관심한 대학생을 두고 비판하는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주인 의식을 갖고 대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히려 이들의 목소리를 막는 것은 대학 본부였다. 학교는 비리 조사를 요청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학생에게는 공권력과 외압의 폭력을 일삼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이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학생들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내 언론을 두고 독립 언론이 생겨나는 것에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몇몇 대학 당국은 소통과 공감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역행하고 있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고압적인 자세에서 내려와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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