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을 채워주세요

 

시골 마을을 방문해본 적이 있는가? 토속적이고 정겨운 분위기에 감탄할 수 있겠지만, 활기찬 도시에 비해 지루함을 느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유흥 문화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시골에 변화가 시작됐다. 마을 사람의 손길이 닿아 동네가 재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 사업으로 활기를 띠어가는 마을을 함께 살펴보자.

   ‘빈집’을 채워주세요

서울에서 저렴한 가격의 숙소를 찾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때문에 며칠간 머무를 곳을 찾는 여행객에게도, 장기 거주지가 필요한 사람에게도 숙박비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여기 어떤 곳보다 반가운 시설이 서울 한복판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자리 잡은 게스츠하우스(Guests House)다.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가 아니다. 게스츠(Guests)라는 이름에는 ‘모두를 위해 마련해 둔 빈집’의 뜻이 담겨있다. 그 뜻에 따라 일명 ‘빈집’이라 불리는 이곳은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열린 집으로, 1일 당 5천 원이라는 가격에 머무를 수 있다.
지난 14일, 기자는 ‘빈집’에 대한 설렘과 궁금증을 안고 해방촌을 찾았다. 해방촌은 해방 후 용산 일대에 판자촌이 들어서며 붙은 이름이다. 활성화된 서울의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작은 주택이 이름처럼 옹기종기 모여선 동네다. 가파른 언덕을 숨이 차게 올라야만 볼 수 있는 그곳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겨 기대감을 더욱 부풀게 했다. ‘빈집’에 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동네 주민에게 소개받아 도착한 곳은 ‘해방촌 빈 가게’라는 간판을 건 카페였다. 그곳에서 ‘빈집’을 운영하고 있는 마스터 하루(가명·22) 씨를 만나볼 수 있었다.
다음은 ‘빈집’에 대한 일문일답
게스츠하우스 ‘빈집’의 탄생 비화가 궁금해요
7년 전, 친구가 “적은 금액이지만 우리가 돈을 합쳐 사람들을 더욱 안락한 집에 살 수 있게 해보자”라는 제안을 했어요. 서울에서 돈 없는 사람은 제대로 된 집에서 살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거죠. 고민에 대한 해결책으로 ‘빈집’이 탄생했어요. 1-2채로 시작해서 지금은 6-7채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빈집’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저희가 운영하는 시스템은 3가지로 분류됩니다. ‘빈고’(빈우주생활협동조합), ‘빈집’ 그리고 여기 ‘빈 가게’인데요. 우선, 빈 가게는 ‘빈집’에 사는 분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으로 사용돼요. 주로 해방촌 마을의 활성화를 위한 기획을 짜는 곳이죠. 빈고는 은행처럼 보증금을 빌려주는 시스템이에요. 투자자에게 돈을 받아 그 돈을 투숙객에게 보증금으로 대출해 주는 거죠. 입주자는 그 덕에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면 생활할 수 있는 것이고요. 단,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해요. 이자 외에도 투숙객에게 식비 2-3만 원, 공과금 3만 원, 임의의 돈 3만 원해서 한 달에 총 20-25만 원을 받아요.
몇 명이 생활하나요
‘마스터’라 부르는 ‘빈집’ 운영자가 모여 투숙객이 원활히 생활할 수 있을만한 일반 가정집을 구해둬요. 그 집에서 보통 6명, 많으면 10명이 함께 살고 있어요. 대체로 방이 3개 정도인 집을 구하는데, 2개의 방은 남녀를 구분해 배정해요. ‘손님방’으로 불리는 나머지 1개의 방은 단기 투숙객을 위한 곳이죠. 단기 투숙객은 1개월 미만으로 머무르는 분을 뜻하는데, 단체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 주로 사용하죠. 요즘은 장기 투숙객 중 학업, 작업을 위한 1인 공간을 요청하는 분에게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요.
투숙객의 생활은 어때요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것이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겠죠. 하지만 이용하시는 분 모두 ‘빈집’은 내 것과 네 것이 아닌 비움으로 채워가는 집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청소·빨래 등의 생활은 규칙을 정하고 일주일에 한 번 요리 담당자를 정해 모두를 위한 음식을 만들어요. ‘빈집’ 내 모든 물건은 함께 쓰고 있고요.
 
‘빈집’에 사는 이들은 각각의 이유로 이 곳에 들어왔지만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살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 ‘빈집’에 살았다는 하루 씨는 이곳에 사는 사람끼리 모여 종종 마을의 축제를 열기도 한다며 활기찬 해방촌의 모습을 기대해보라는 말을 전했다. 그들은 적막하던 해방촌에 따스함을 불어 넣고 있었다.
강연희 수습기자 yhadel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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