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서아프리카에서 비롯된 에볼라바이러스(이하 에볼라)가 광범위하게 유행해 통제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자 ‘국제적 공중보건위기’를 선언했다. 1976년 중부 아프리카 밀림에서 처음 출현한 에볼라는 최대 90%의 높은 사망률과 예방 백신 및 치료제의 부재로 더욱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에볼라가 만연한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3개국은 계속된 내전과 정정 불안으로 공중보건 및 의료체계가 붕괴돼 자체적인 바이러스 소멸이 불가능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 등 외부 지원 없이는 에볼라 유행이 언제 끝날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실정이다. 초미의 관심은 에볼라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끼칠 영향과 어떻게 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종식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우선 에볼라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처럼 세계적으로 확산돼 대유행을 초래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자. 호흡기로 감염되는 인플루엔자와 달리, 에볼라는 환자의 혈액 또는 체액(눈물, 땀, 대변 등)에 직접 접촉함으로써 주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원거리 전파 속도는 느려 대유행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한, 에볼라가 국내에도 유입돼 유행함으로써 환자가 속출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국내에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유입 에볼라 환자가 발생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예를 들어 서아프리카 유행국에 체류 또는 여행한 내·외국인이 현지에서 바이러스 노출 후 최대 잠복기 3주 이내에 국내에 입국해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다. 정부는 공항 검역을 통해 바이러스 유행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에볼라 의심환자를 확인하고 있으며, 보건소에서는 입국 후 3주 동안 의심증상이 시작됐는지를 모니터하고 있다. 에볼라 의심환자를 조기 진단해 격리 치료하고, 접촉자 추적을 통해 2차감염자 발생을 차단하는 정책이 잘 지켜진다면 에볼라가 국내에 발붙일 여지는 없을 것이다.


  전 세계가 에볼라로부터 안전해지려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유행이 빨리 끝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조기에 종식될 가망이 없다는 나쁜 소식만 들려올 뿐이다. 현대의학에서 감염병 유행을 진압하는 기본은 환자를 조기 진단해 격리 치료하고, 접촉자를 대상으로 이차감염자 발생을 모니터해 격리하는 등 감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특히 에볼라는 예방백신이 없어서 전통적인 검역(Quarantine)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장 심각한 장애요인은 해당 지역 주민이 에볼라의 실체를 부정하고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유행병의 실체를 바이러스의 원인이 아닌 마법의 저주로 생각해 환자를 병원 대신 주술사에게 데려가고 있다. 현지의 병원은 대부분 서구의 의료봉사단체가 운영하는데, 주민들은 이들이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이용한다고 믿어 외국 의사들에게 지극히 적대적이다. 따라서 아무런 예방조치 없이 에볼라 환자를 접촉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사망환자의 장례식 참석자 중에서 이차감염자가 속출해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것이다.


  서아프리카 유행 3개국은 경제 최빈국에 속하며, 문맹률이 매우 높고, 의사 수도 인구 10만 명당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보건의료체계가 부실한 상태다. 외국의 의료지원에 의존해 에볼라에 대처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주민의 적대감으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에볼라는 아프리카 후진국의 가난, 미신, 부실한 정부가 낳은 사회문화적인 질병으로 이해해야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아무리 외국에서 의료인력, 치료센터, 및 감염방어구 등 최고의 현대의료를 제공하더라도 주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바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주민 대상으로 에볼라의 실체를 알리고 치료를 통한 이득을 이해시키며 감염예방 수칙을 알기 쉽게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세계보건기구 마가렛 챈 사무총장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의 원인은 단 하나 ‘가난’이라며, 결국 유행이 끝나겠지만 이마저도 국제사회가 조직적이고 효과적인 물량 지원을 몇 달간 지속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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