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먹고 자란 평화의 소녀상
대중이 만들어 가는 공공미술
우리 모두의 문화자산으로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 인도에는 한 소녀가 의자에 앉아있다. 슬픈 표정을 지은 한복소녀의 이름은 바로 ‘평화의 소녀상’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11년 12월, 1,000번째 수요 집회를 기념해 시민 모금으로 세워졌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하길 바라는 시민의 마음이 담겨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공공미술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미술관에 있는 작품과 달리, 공개적인 장소에 개방돼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평화의 소녀상 앞에는 일 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위안부 여성을 대변하는 소녀는 그들의 손길로 인해 겨울에는 모자와 목도리를 둘러쓴 모습으로, 비가 오는 날에는 우비를 걸친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그런가하면 2012년에는 정치적인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경찰이 외국 대사관의 경호와 안전상 이유로 주한 일본대사관과 평화의 소녀상의 뒷모습을 함께 찍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공공미술’이란 용어는 1967년 영국의 미술 행정가 존 윌렛의 책『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 시기는 건축계에 사용자 중심(Action planning)의 설계방법이 등장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성’이란 개념을 최초로 정의하기 시작한 때였다. 존의 공공미술은 권력을 쥔 소수의 집단이 일반 대중의 미감을 대변한다는 기존의 미술 관념을 타파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를 통해 공공미술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연면적 1만㎡ 이상의 건물을 신축할 때 총공사비의 1%를 미술작품 설치에 쓰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만일 건축주가 건물에 미술품을 설치하고 싶지 않다면 건축비의 0.7%를 공공미술 기금으로 내놓으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우리가 도시 곳곳에서 공공미술을 마주할 기회는 많아졌다. 현재 전국에는 약 1만 2천개의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돼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벽화마을이다. 이달 초, 동피랑 벽화마을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14 지역문화브랜드 대상에 선정됐다. 동피랑 벽화마을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철거 예정지로 재개발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 마을을 유명 관광지로 되살린 것은 다름 아닌 주민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을 원치 않았던 마을 주민은 통영시와 협력해 7년간에 걸쳐 벽화운동을 벌였다. 이렇게 공공미술은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마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벽화에서도 알 수 있듯, 최근 공공미술의 영역은 ‘대중을 위한 것’에서 ‘대중이 만들어 가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8월 25일부터 30일까지 진주에서 열린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은 공공미술이 대중의 삶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프로젝트 중 하나인 ‘진주의 골목길-여섯 개의 시선’은 여섯 작가가 바라본 진주의 골목길 이미지를 현수막에 담아 거리를 메울 예정이다.
 
공공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 향유권을 건물 내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공미술은 공공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춰야할 의무를 갖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관리 부실 문제, 시민의 관심 부족 등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공공의’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가 좋은 예이다.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국내에서 전개돼 온 공공예술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005년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안양 파빌리온 도서관은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비정형 공간 구조로 설계됐다. 또한, 지난 3월 개최된 제4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름에 선보인 작품해설 프로그램 ‘APAP 투어’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와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공공미술의 활성화를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주민이 만들어 가는 문화자산, 이것이 바로 공공미술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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