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4 수 20:54
> 뉴스 > 광장 > 목화책방
     
단순한 예술을 넘어선 한국의 美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2003) - 오주석/솔 -
2014년 09월 15일 (월) 16:27:20 김태이 수습기자 kimte1@naver.com
   
▲ ⓒ구글 이미지
   
▲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좌측상단의 글과 전체적인 그림이 우상좌하로 진행되고 있다 ⓒ구글 이미지

현대 대중은 서양화에 친숙함을 느끼지만, 한국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서양화는 다채로운 색상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반면 한국화는 소박하고 여백이 많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보는 이가 단조로움을 느끼고 자주 즐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상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책의 저자 오주석 미술사가는 오늘날 한국화를 어려워하는 현대인을 위해 한국의 미를 발견하고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는 한 시대의 그림을 통해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예술적으로 보자면 사용된 기법을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그림에는 화가가 처한 환경,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의 시대적 분위기가 담겨있다. 그중에서도 동양화는 보는 이가 약간의 배경지식을 갖고 감상하면 그 속에 담긴 선조의 사상과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르다.

이 책은 우리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과 작품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한국화 감상의 기본적인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작품 크기의 대각선 또는 그 1.5배 만큼 떨어져서 보기. 둘째, 우상좌하(右上左下) 방향으로 쓸어내리며 보기. 셋째,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부를 찬찬히 뜯어보기다. 이에 따르면 한국화뿐만 아니라 모든 그림은 거리를 두고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해야 한다. 크기에 따라 감상 거리의 차이가 조금씩 있겠지만, 그림의 1.5배 만큼 떨어져서 보는 게 좋다. 그래야 화가가 의도한 시점을 파악할 수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자연히 예술작품 감상 시간도 같을 수 없다. 자연스레 마음에 와 닿는 그림은 좀 더 오래, 자세히 관찰하게 되는 자세에 따라야 한다. 이는 동서양화 구분 없이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상좌하(右上左下) 방향으로 쓸어내리며 보기는 한국화만의 특별한 감상법이다. 우리의 옛 그림을 살펴보자면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마상청앵도>와 같이 대부분 세로다. 이에 대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조상들이 서양식 가로쓰기가 아닌 오른쪽부터 시작되는 세로쓰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상들에게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찬찬히 보는 일은 우상에서 좌하로 진행됐다. 이 원리는 세로 그림이 많은 원인일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 영향은 시선의 흐름을 우상좌하로 유도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서양식 감상법인 좌상우하(左上右下)로 한국화를 감상하게 되면 여백으로부터 시작된 시선이 중앙의 그림을 거쳐 다시 여백으로 끝나게 된다. , 그림이 그려진 방향과 감상하는 시선 방향이 일치하지 않아 그림 위에 X자가 그려지게 되고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옛 그림, 건축물을 포함한 옛 작품에서 선조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선인들은 자연의 음양오행(陰陽五行)에 기초한 우주관과 인생관을 가지고 있었다. 음양오행을 단순한 관념, 철학이 아닌 사유의 틀로 바라봤으며 이에 기초해 삶을 살았다. 궁에 사용된 전각 이름이 그렇다. 경복궁의 교태전(交泰殿)은 음양의 조화를 통해 순조로운 생산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미다. 또한, 서울 안 사대문의 위치와 엽전은 하늘과 땅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듯 선인들의 삶 곳곳에는 음양오행을 기초로 한 사유의 틀이 실재했다.

별 꾸밈없는 투박한 자기에서는 조선의 성리학을 느낄 수 있다. 성리학에서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았다. 이를 따른 조선은 평민뿐만 아니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검소한 생활을 하는 분위기였다. 이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예가 바로 자기다. 자기는 실용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작품이다. 선비는 모양이 화려하지 않아도 공간이 넉넉하다면 그 자기를 좋게 받아들였다. 이렇게 그림보다 생활에서 직접 사용했던 사물에도 그들의 가치가 담겨있다.

앞에 언급했듯 많은 사람이 전통 예술을 즐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보고 느끼면 되는 게 예술이라지만 우리 전통 예술은 많은 것을 담고 있기에 이렇게 즐기기만 하긴 아쉽다. 그림 보는 법을 익히고 한국의 미를 알아가는 데 재미를 붙인다면 그림 한 장, 자기 하나를 보고도 어느 역사 서적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외국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우리 것보다 남의 문화를 우월하게 보는 문화적 사대주의가 극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의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사소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지식이 없더라도 애정을 가지고 한국의 미에 한 발짝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

김태이 수습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동덕여대학보(http://ddpress.dongduk.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02748) 서울특별시 성북구 화랑로 13길 60(하월곡동 23-1) | Tel 02-940-4241~4242
발행인 : 김명애 | 편집인 : 임나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지우
Copyright 2009 동덕여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dpress.dongd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