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적, e-book으로 관심 쏠려

새로운 독서 수단, 독서 공간의 등장

독서의 생활화는 아직

 

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가을이라고 해서 특별히 책을 더 읽는 것 같진 않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명제에 반감을 갖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독서율이 저조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실시된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은 1년에 평균 9.2권 책을 읽고, 하루 23.5분을 독서에 투자한다고 한다. 지난 2011년 9.9권보다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수치가 1년간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는 사람까지 포함한 1인당 평균 독서량이라는 점에 있다. 다른 기준에서 살펴보면 한국인이 과거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율은 66.8%(2011년)에서 71.4%(2013년)로 증가했다. 또한, 유럽연합(EU) 기준으로 한국의 국민 독서율(만 15세 이상으로 환산)은 73%로 유럽연합 평균 국민 독서율(68%)보다 5%포인트 높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생겨난 독서 관련 새로운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중고서적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마음 잡고 찾아보면 중고 서적을 접할 수 있는 곳은 많다. 서울 청계천, 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에서부터 알라딘, 예스24 등 온라인 중고서점까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중 ‘숨책’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신촌의 헌책방, ‘숨어있는 책’은 인문·사회·문학·예술분야의 책을 찾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렇게 중고서적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은 일반서적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오래된 물건이 주는 ‘옛것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손 때 묻은 헌책을 읽으며 시대의 흐름을 간접 경험하고, 각자의 옛 추억에 잠겨 시간여행을 한다. 이승언(중어중국 11) 씨는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향이 좋아 헌책방을 자주 찾는다. 헌책에서 가끔 발견되는 메모를 읽는 것도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캐롤라이나 남부에서는 어느 손님이 구매한 중고서적에서 63년 전 한국으로 파병된 군인이 쓴 연애편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연애편지의 주인공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혀지면서 이 일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기존의 서점, 도서관에서 외부로 확장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카페는 최근 독서 공간으로 그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요즈음 대부분의 카페 내에는 책장이 마련돼 있어, 누구나 편히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카페 겸 서점 ‘북하우스 포레스타’는 아예 벽면 전체를 책장으로 채운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책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경향이 대중화되고 있는 것은 답답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아닌 보다 자유롭고 개방된 곳에서 독서를 하길 원하는 대중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도 있다. 그 예로 출판사 창비의 ‘인문카페 창비’, 미르북컴퍼니의 ‘더 스토리’, 디자인 북의 ‘정글’ 등을 들 수 있다. 이곳들의 공통점은 각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책이 따로 진열된 코너가 있다는 점이다. 특정 출판사의 도서를 선호하는 독자에게 이곳은 천국과 같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 공간이 넓고 쾌적하며 카페를 겸하고 있는 등 독서에 적합한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독특한 실내디자인 때문에 예술가들이 자주 찾는 공공미술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휴대의 편리성을 살린 전자책, e-book은 미래 독서문화를 이끌어갈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교보문고의 전자책 단말기 ‘샘(Sam)’을 이용하면 Wi-Fi 접속으로 간편하게 e-book을 다운 받을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을 한 번 할 때마다 연속 67권, 2만 페이지 읽기가 가능하며 저장용량도 커, 따로 책을 구입하거나 빌릴 필요가 없다. ‘열린 서재’ 기능을 이용해 다른 유통사의 e-book 콘텐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휴대성과 보관의 측면에서 종이책의 한계점이 지적됐음을 생각해 볼 때, 새로운 독서 수단의 등장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독서를 위한 새로운 영역이 구축됨에 따라 도서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전자책의 개발은 독서 인구가 증대되고 있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2012년 실시한 ‘전자책 독서 실태조사’ 결과, 전자책 이용자들의 연평균 독서량은 10.8권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는 전자책으로 인해 국민의 전체 독서량이 향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프랑스는 매년 10월에 전국적으로 독서축제를, 3월에는 시의 저조한 출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축제인 ‘시인들의 봄’을 개최하고 있다. 그 결과 프랑스인들은 휴가철 바캉스를 즐길 때에도 책을 꼭 챙겨 가져갈 정도로 독서의 생활화를 경험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독서를 향한 관심이 증대되고는 있지만 독서가 국민의 일상에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독서문화의 보편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시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부 서점이나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 범국민적인 것이어야 하며, 모두의 관심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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