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8개 대학 거부 성명 발표

 

지난 9월 1일, 중앙일보는 자체적으로 시행한 대학평가를 1면에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인문·사회계열 8개 학과의 점수가 높은 대학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9월 22일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이하 총학) ‘고대공감대’는 ‘마음도 받지 않겠습니다 :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 반대운동을 시작하며’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냈다. 고려대학교 외에도 7개 대학(경희대·국민대·동국대·서울대·성공회대·연세대·한양대) 총학생회가 중앙일보 대학평가 거부 선언에 동참했다. 이어 10월 6일, 중앙일보가 1면에 대학평가 순위를 재차 실었고, 이날 오후 2시에는 8개 대학 총학이 함께 중앙일보 본사 앞에서 반대운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언론사가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한 건 1994년 중앙일보의 ‘대학순위평가’부터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2005년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총 4개 부문 48개 지표로 평가가 이뤄졌다. 가장 최근인 2013년 평가지표는 4개 부문 32개 지표로 국내 언론사 중 가장 많은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이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009년부터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함께 ‘조선일보·QS 아시아대학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010년부터 ‘대학지속가능지수’를 측정하고 있으며, 동아일보는 지난해부터 채널A, 딜로이트 컨설팅과 함께 ‘청년드림대학평가’를 발표하고 있다.

대학평가는 해외언론에서도 매년 다루는 기사다. 하지만 대학평가를 실시하는 언론사는 영국의 더 타임즈가 거의 유일하다. 더 타임즈는 세계대학평가와 함께 아시아대학평가도 함께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더 타임즈는 대학평가를 언론사 자체적으로만 실시하지 않고 세계적 연구평가기관인 톰슨?로이터(Thomson?Reuters)와 공동 주관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앞서 언급한 QS의 세계대학순위평가와 톰슨-로이터의 세계대학순위평가를 포함해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에서 실시하는 THE 대학평가, 상하이자이퉁대학의 세계학술역량평가 등이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학평가 위계구조 가시화 

언론사가 주도하는 대학평가에 대한 여론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언론사의 대학종합평가에 대해 79%(2,584명)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20%(636명)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보를 주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 측의 이유로는 △대학 서열화 강화 △취업률과 영어강의비율 등 수치만을 위한 경쟁 조장 △대학 교육의 본질 훼손 등이 있다.

실제로 대학평가를 진행하는 조선?중앙?경향은 결과 보도에서 각 대학의 순위를 밝히고 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대학평가의 경우 순위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은 비슷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의 대학끼리 그룹지어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순위를 공개하는 언론사의 평가를 통해 대학의 위계구조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이들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취업률이나 영어강의비율 등 수치적 요소에 의존하고 있다. 2013년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지표를 살펴보면 ‘평판 사회진출도’ 부문에 반영되는 취업률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 입사하지 않는 예술계열 학생의 경우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기 때문에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취업률은 예술계열 위주의 일부 대학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화’ 부문의 영어강의비율 역시 불합리한 평가지표로 도마에 올랐다. 교수와 학생 모두가 한국어에 더 익숙한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 강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의견이다. 익명의 한 학우는 “영어강의를 들을 때 교수님의 말을 알아듣는 데만 신경을 많이 써 수업 흐름을 놓친 경우도 많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논란 때문에 경향신문은 대학지속가능지수 평가에서 취업률과 영어강의비율을 지표로 적용하지 않는다. 특이하게 ‘소통’ 부문이 있어 △비정규직비율 △기회균형 선발학생 비율 △장애학생 지원체제구축 및 운영현황 △학생생활 만족지표 등을 반영한다. 경향신문은 2012년에 대학지속가능지수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학의 사회책임을 측정함에도 사회책임이 따라야 함을 충분히 인식한다”라고 스스로의 책임감을 밝혔다.

 

고려대학교는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 반대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논란에 불붙인 고대공감대

언론사가 주관하는 대학평가의 불합리성에 대학가는 그동안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평가지표에 맞게 교과과정을 개편하는 등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고대공감대는 반대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논란의 화두를 던졌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최종운(21) 씨는 “대학평가 거부운동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본질이 지켜지는 것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고대공감대는 앞으로 중앙일보 커뮤니케이션팀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학내에서 대학평가포럼을 열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거부운동이 일시적으로 그친다면 우리 사회에 변화가 없지 않겠냐는 우려도 비쳤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총학생회의 정해진 임기로 인해 추가 활동은 진행이 어렵다고 예상한다. 다만 인수인계 과정과 포럼을 통해 학내 다양한 의견공유가 이뤄져, 본 운동의 방향성이 지켜지길 기대한다”라고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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