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국악은 대중음악이었다. 지금 우리가 대중가수의 음악을 쉽게 접하고 열광하는 것처럼 국악도 당시 우리 민족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던 음악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지금의 현대음악이 자리 잡게 되자 우리에게 국악은 ‘옛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 까닭은 우리가 해금, 아쟁, 가야금 등 국악기보다는 바이올린, 피아노와 같은 서양악기에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가야금 전공인 이보나(한예종·26) 씨는 “국악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을 뿐더러 이에 대한 교육이 보편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 국악은 마니아들만 향유하는 음악이 된 듯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옛것’이라 부르지 마오

‘옛것’이라는 설움을 딛고 최근 국악은 전통음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창작국악과 퓨전국악과 같은 다양한 장르로 뻗어가고 있다.

창작국악은 1940년대 이후부터 생겨나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창작국악의 규모는 독주곡·협주곡·영화음악 등 다양하다. 퓨전국악은 서양음악과 대중음악이 국악과 결합한 장르를 말한다. 서양악기의 도입, 국악기로 대중음악 연주, 편곡과 같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현대음악과 결합해 국악의 대중화에 힘쓰는 음악가들이 많아지자 이들을 한데 모으는 장도 생겨났다. 바로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여우樂 페스티벌’이다. 여우樂 페스티벌은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를 일컫는 음악축제다. 이 축제는 국악 이외에도 한국 음악에 뿌리를 두고 세계와 소통하는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7월 4일부터 26일 동안 축제가 열린 국립극장에는 국악·재즈·록 등 여러 가지 음악이 등장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지만 그들의 음악에서는 전통의 향기도 묻어났다.

여우樂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던 창작국악팀 ‘불세출’, 연희집단 ‘The 광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정찬 씨는 “앞으로도 전통을 지켜나가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두 팀 모두 전통음악에 대중이 친숙하다고 느낄 만한 음악과 요소를 입혀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중이다. 그 결과 그들의 관람객은 20대가 반을 차지하고 있다.

국악은 또 다른 옷을 입고 대중에게로 향하고 있다. 임선영(문예창작 13) 씨는 지난 8월 1일 막을 내린 The 광대팀의 <걸어산>을 관람했다. 창작 연희집단이라고 해 풍물놀이가 주를 이룰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국악에 연극적인 요소를 더해 한편의 음악극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에 임 씨는 “어린아이가 봐도 이해가 갈 정도로 부담이 없었다. 앞으로도 국악이 색다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많았으면 좋겠다”라며 관람 소감을 전했다.

우리 생활 속 국악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국악은 생활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 환승역 알림방송이 나오기 전 들려오는 음악은 국악기로 연주된 것이다. 또 국악 소녀 송소희가 부른 광고 음악도 국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국립국악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매년 50곡 이상의 생활국악이 개발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곡들은 지하철 환승역 알림음악과 환승객 휴게실 배경음악, 안전행정부 및 교육기관 등에 배포돼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을 이용해 쉽게 국악 공연을 접할 수도 있다. 국립국악원과 남산골 한옥마을 국악당은 문화가 있는 날마다 할인을 해왔다. 그 결과 오는 26일 국립국악원에서 하는 음악극 <공무도하>는 전석 매진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악 전용 공연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오전의 국악콘서트>, <토요 명품공연>과 같은 기획공연은 국악이 어렵다는 인식을 깨는 콘텐츠로 이뤄져 있다. 

현대적인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난 국악,그들의 새 옷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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