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2009) - 토드 부크홀츠 / 김영사 -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활동에 기초를 둔 학문이다. 즉, 인간의 특성을 관찰해 연구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의 토대가 되는 대중에게 경제학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어려움에 지레 겁먹고 답변을 회피하기 바쁘다. 이렇게 경제와 담쌓은 사람들을 위해 경제학 교수이자 학자인 토드 부크홀츠는 경제학의 300년 역사와 이론을 쉽게 소개했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과 정부다. 시장이 스스로 작동하느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느냐. 경제학은 두 이론이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꾸준히 변화를 거듭해왔다. 시장의 자율성을 주장했던 고전학파의 이론은 정부의 개입을 필수라고 생각했던 케인스에 의해 부정됐고, 케인스는 다시 여러 이론에 의해 비판받았다. 1970년대 등장한 이론 중 하나인 ‘합리적 기대이론’은 발표와 동시에 주목을 받으며 주류 이론에 접목됐다. 이 이론은 모든 시장이 완전해 수요와 공급이 스스로 균형을 이룬다고 본다. 게다가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균형을 이루기까지 시간 또한 짧다고 주장한다. 즉, 어떤 재화에 대한 공급이 많아지면 바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경제적 결정을 내릴 때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분석 후 이에 기초해 자신의 예측을 재조정한다고 본다. 이로 인해 기존 정보가 쓸모없어지면 과감히 버린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보면, 지난 정보보다는 현재 시장에 유포된 정보가 주가에 바로 반영된다. 하루라도 지난 정보를 토대로 주가를 분석하면 이미 늦었다는 게 합리적 기대이론의 주장이다.
  이 이론으로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Jr.)는 이미 경제 주체들이 완벽하게 합리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재량적 금융·재정 정책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루카스는 합리적 기대이론을 토대로 당시 주류학파였던 케인스 학파에 일격을 가했다.
  이렇게 경제학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합리적 기대이론에도 단점은 존재했다. 과거 경제상황에 합리적 기대이론을 대입해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쉬운 예로 1929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이 있다. 완전할 줄 알았던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내세운 뉴딜 정책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수익을 발생시켰다. 이 정책은 미국 경제가 다시 부흥할 수 있게 해준 최고의 정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외에도 정부의 감세 정책과 재정지출 확대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다.
  합리적 기대이론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은 오랜 습관(적응 기대)보다는 합리적 기대에 더 의존하는가?’, ‘인간이 합리적 기대에 의존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생각한 대로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이다. 이 둘 중 하나라도 ‘아니요’라는 답이 나온다면, 합리적 기대이론은 현실경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입장이다.
  평소 8시에 열리던 카페가 어느 날 갑자기 9시에 열렸을 때,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먼저 할까. ‘오늘만 주인이 늦게 출근했나 보다. 내일은 이전처럼 다시 8시에 카페가 열리겠지(오랜 습관)’라고 생각할까, ‘이제부터 카페가 9시에 열리겠구나(합리적 기대)’라고 생각할까. 후자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이 생각을 과연 언제부터 바로 현실에 적용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과거 경험에 의지해 전자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경제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비현실적이라며 합리적 기대이론을 비판하거나 전제를 부정한다. 이 이론의 창시자인 루카스는 전처와 이혼하면서 서류에 1995년 안에 루카스가 노벨상을 받으면 그 상금을 절반으로 나눈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그런데 실제로 1995년이 가기 전 루카스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당시 노벨상 수상자의 연령대가 60-70대임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젊은 그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카스의 전처는 당시 경제학에서 그만큼 업적을 쌓은 사람이 없어 남편의 수상을 확
신했다.
  재밌게도 합리적 기대이론을 만든 루카스가 아니라 그의 전처가 합리적 기대이론에 가장 부합한 모델이라고 평가받는다. 이렇듯 경제주체는 완전한 신이 아닌 비완전한 인간이기에 저자는 이 이론에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합리적 기대이론은 현실에 접목하기에 너무 완벽한 모델이다. 세계는 이 이론을 맹신했던 시절을 반성하며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고 시장 만능주의를 멀리하는 추세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간과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다수의 경제학 이론은 합리적 기대이론을 융합해 발전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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