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말 그대로 카피를 쓰는 사람, TV나 신문 광고 속 문장을 만드는 사람이다. 카피라이터 정철. '정철 카피'의 대표인 그는 『내 머리 사용법』, 『씹어 먹는 책, 이빨』등 몇 권의 책을 내면서 이제는 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로 불린다. 카피라이터에서 이제는 작가라고도 불리는 그를 만나기 위해 수서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카피라이터? 이젠 다 알죠

▲ 인터뷰 중인 카피라이터 정철
카피라이터인 정철 씨에게 카피라이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요즘은 카피라이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죠. 광고의 창조적인 부분을 가장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 광고에 들어가는 모든 말과 글을 만들어 내는 전체의 큰 틀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약간의 환상을 가지고 있어요. 드라마에서는 괜히 멋있게 나오는데 소위 3D(Difficult, Dangerous, Dirty)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그의 전공은 경제학이다. 어떻게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묻자,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디자인 전공의 카피라이터도 있어요. 전공과는 상관이 없죠.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만 하더라도 카피라이터가 되기 쉬웠어요. 저 같은 경우도 카피라이터가 뭔지도 모르고 별다른 준비 없이 회사에 들어갔으니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건 뽑는 인원이 소수라는 것이라고.
전공과 상관이 없다는 그의 말에 물었다.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광고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는 책 몇 권이면 할 수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보다는 사람들과 술 마시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요"
직업의 특성상 TV를 보다가도, 다른 일을 하다가도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따로 없다고 한다. 놀면서 일한다고. 남들은 샤워를 하면서 생각을 해내기도 한다는데 그는 어떨까. 광고 속 하나의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을까. 그라면 어떤 특별한 훈련을 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겨서 물었다. 그는 "항상 역으로 생각해 봐요. 뒤집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라고 답했다.

카피라이터 정철에서 작가 정철로
그는 이십여 년이 넘게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리고 책을 내자 이제 사람들은 그를 '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 정철이라고 부른다. 두 개의 수식어 중 어떤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지 물었다. "회사에 있을 때부터 광고를 했지만 광고 속 글은 '내' 글이 아니죠. 하지만 작가 정철로 쓰는 글은 내 글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는 힘드네요. 작가는 약간의 '노후대책'이라고 할 수 있죠"라며 농담 섞인 답변을 건넨다.
단 몇 글자의 문장으로 사람을 웃기고 울린다. 카피라이터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란다. 정철 씨는 "개그맨에게 웃겨보라고 하잖아요. 똑같아요. 사람들이 카피라이터라고 뭔가 다를 거라고 기대하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야구 선수도 3할이면 잘하는 거잖아요. 카피라이터도 똑같아요. 열 개 중에 세 개 정도 좋은 것이 나오면 잘하는 카피라이터에요"라고 말한다.
블로그에 올린 그의 글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꾸준히 글 쓰는 감각을 유지하는지 궁금해 한다.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남들과 똑같이 웃고 떠들고 지내다가 혼자 있을 때 공상을 많이 하는 편이랄까요. 머리를 가지고 노는 거죠. 굳지 않게” 그가 말하길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써서 모아두고는 매일 한 개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라고.

세상과 소통하는 그만의 방법
카피라이터인 정철이 뽑은 가장 좋은 카피는 어느 통신사의 광고 카피 중 하나인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카피다. 정철 씨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단어 역시도 ‘사람’과 ‘사랑’이다. 그런 그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은 故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몇 년 전, '오늘의 촛불'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도 바로 정철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들과 술자리를 갖는 것은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 역시 사람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간 그의 글을 본 사람들의 우려 섞인 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이에 대해 “솔직히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죠”라고 솔직한 심정을 얘기한다. 주변에서 탄압받는 이들을 본 것도 적지 않다고. 하지만 혹 잘못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간 것들 또한 자신의 ‘창작물’일 뿐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블로그에 초등학생이 올린 질문에도 하나하나 댓글을 달아준다. 꾸준히 연재해 온 그의 글은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다.

그가 말하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의 매력은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아침에 옷 팔고, 점심엔 껌 팔고, 저녁엔 차 팔고. 그런 그가 말하는 카피라이터로서 어려운 점 또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아침에도 아이디어, 점심에도 아이디어, 저녁에도 아이디어.
쉬는 날에도 슬리퍼를 신고 사무실에서 논다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 것. 정말 이 일이 하고 싶은가 자신에게 물어볼 것. 정말, ‘졸라게’ 하고 싶은 사람은 하게 되니까” 역시 그다운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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