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일 수밖에 없는 청춘

본교 재학생 5명 중 4명은 갑질 당해
 

  동덕여대 학우 81.6%(84명)는 갑의 횡포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혀졌다. 현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갑의 횡포에 대해 학생의 의견을 듣고자 학보사에서 지난 13일부터 25일까지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르바이트하며 고용주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답한 학우는 45.6%(47명)에 달했다. 이미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 어리고 약한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대학생이 얼마나 대우받지 못하는지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당함을 당했느냐는 질문에 ‘업무 떠넘기기’가 28.6%로 선두를 달렸고, ‘임금 삭감(최저 시급 미달)’과 ‘근로기준계약서 미작성’이 22.6%로 공동 2등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강제 조기 퇴근’이 15.5%, ‘성희롱’이 2.4%였다.


  또한, 아르바이트하면서 고객이 한 갑질에 대해서는 58.5%가 ‘경험 있다’고 답했다. 반품 불가상품에 대한 반품요구 등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욕설 혹은 성희롱과 같은 무례한 언행을 당했다고 대답한 비율이 77.7%였다.


  이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에 단 29.9%만이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얘기했다. 이 중 10.3%는 본인의 처우가 개선됐다고 했지만, 6.9%는 오히려 나빠졌다고 대답했다. 모두 시급이 깎였고, 자신이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거나 더한 경우 해고됐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부당한 대우에도 가만히 있었던 학우에게 그 이유를 묻자, 어차피 개선되지도 않을뿐더러, 이의제기 후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앞으로 갑의 횡포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과반이 ‘참는다’(56명)라고 답했다. 부당함에 맞서봤자 을의 손해만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마지막으로 갑질을 타파하기 위한 사회 움직임에 대해 물었다. 응답자의 94.2%(97명)가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설문에 응한 한 학우는 개인이나 개별 노조의 저항은 활발하지만, 그에 대한 국민적 동감이나 협조가 부족하다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지 몰랐다는 학우도 있었다. 그녀는 “‘강제 조기 퇴근’을 당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엔 이것이 잘못된 사항인지 몰랐다. 최저 시급만 강조할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의 권리에 대한 자세한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소정 기자 gisele_2@naver.com

늘어가는 갑의 횡포에 변화하는 사회

   작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을 함으로써 갑질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땅콩 회항’은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서비스가 잘못됐다며, 활주로로 향하던 뉴욕발 인천행 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린 사건이다. 이때 조 씨는 서비스 매뉴얼을 들고 자신에게 설명한 박창진 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게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사무장과 김 모 승무원이 폭행과 폭언을 당한 것이 알려져 그는 수많은 ‘을’의 분노를 산 것뿐 아니라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항공보안법 제42조 항공기항로변경죄와 공무집행방해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고, 조 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구치소에 수감된 와중에도 하루 3회꼴로 면회한 것이 밝혀져 여전히 갑과 같은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혹자는 구치소 면회 횟수까지 따지며 그를 신경 쓰냐고 바라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전에도 갑의 횡포가 발생하곤 했으나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을 생각하면 반가운 징조다. 사회가 갑질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을의 목소리가 들리나요

  그렇다면, 우리가 갑질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는 얼마나 될까. 먼저 청년들이 움직여 을의 입장을 대변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청년세대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지난 2월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은 패션계에 만연한 ‘열정페이’를 꼬집는 의도로 기획됐으며 패션노조·알바노조와 함께했다.


  이에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이미 열정페이 문제에 대해 사회의 공분이 일어났고, 임금체납은 현행법 위반임이 명백했기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준 분들이 많았다. 또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또한, 그는 최근 들어 갑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는 전부터 계속돼 온 것이라며 “갑질을 사회적으로 규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동시에 ‘을’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사회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우리 사회를 진단했다. 그의 말대로 사람들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제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가 바뀌어야 할 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가맹점장과 가맹점주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경제질서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이 방안들이 현장에 잘 정착해 중소 사업자가 거래 관행 개선을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 점검을 6개월마다 지속해서 시행한다고 밝혔다.
변화의 움직임은 이제 막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첫 발걸음이라서 그런지 지금은 비록 ‘거래’ 영역에만 한정돼 있다. 갑질을 막아주는 제도가 앞으로 더욱 확장되느냐는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에 달렸다.

이신후 기자 sinoo_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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