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이 1985년에 6.9%로 시작해 점차 늘어, 2010년에는 전체 가구의 23.9%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여러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한다거나 위급한 상황일 때 빠른 처치가 불가능하고, 주변 이웃과 소통이 어려워 고독감을 느끼는 등 정서적 문제도 발생했다.


  이를 타파하고자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이가 있었으니 바로 ‘청춘플랫폼’의 김동리(31), 문승규(28) 대표다. 김 대표는 설날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가는 바람에 지난 17일, 문 대표와 공간매니저 김수연(26), 곽사현(27)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춘플랫폼은 어떤 곳인가요

  문승규 (이하 문) : 청춘플랫폼은 주민과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공간이에요. 누구나 언제든지 들를 수 있죠. 한마디로 주민이 모여 생활과 문화를 공유하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같이 담소를 나누거나 밥을 먹기도 해요.
  김수연 (이하 김) : 그리고 여러 소모임도 열립니다. 모임이 매달 달라져 뭐라 설명할 순 없네요. 우리 집 안에서도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나잖아요. 하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행사도 몇 가지 있어요. 일주일에 2번 이상 점심을 같이 먹고요. 저녁에는 밥도 먹으면서 문화활동도 하는 ‘밥 먹고 000’ 행사가 있어요. 이번 달 행사는 ‘밥 먹고 향초 만들기’에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춘플랫폼에는 2개의 빈 벽이 있는데 주민의 창작물로 공간을 채워요. 그리고 앞으로 ‘블랭크 페스티벌’을 개최하려고 합니다. 한 해 동안 청춘플랫폼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마을에 전시하는 거예요. 유?무형의 작품 모두 포함해서요. 올해 처음 시도해보는 거죠.

이 공간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문 : 학생일 때 서울시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도전했어요. 그 주제가 바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였죠. 이때가 2012년 4월이었는데 주거지역의 비율이 높은 곳을 찾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동작구 상도동 일대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게 상도동과의 첫 번째 만남이었어요. 마을에 들어와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죠. 이를 바탕으로 공모전을 준비했는데 인정을 받아 금상도 받고 서울시 사업으로 선정되기까지 했습니다. 그 이후, 사업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이 지역에 더욱 깊게 들어오게 된 거죠. 사업 기초조사를 하면서 이웃에게 여러 희망 사항을 들었어요. 예를 들면 ‘학교가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마땅히 밥 먹을 공간이 없다’, ‘문화를 즐길 공간이 없다’와 같은 것들이요. 이런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으로 청춘플랫폼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청춘플랫폼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요

  문 : 처음에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원래 가칭은 ‘나눔 부엌’이었습니다. 부엌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컸었죠. 지금 청춘플랫폼 구조를 보면 부엌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 나지 않나요? 하지만 부엌만으로 이곳을 한정해버리긴 싫었죠. 어떤 모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이름을 찾다 보니 플랫폼이 떠올랐어요. 지하철역처럼 잠시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공간이 됐으면 했죠. 또, 처음에는 청년의 수요에 의해 이 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됐지만, 청년만을 위한 공간으로 국한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사실 청년의 마음만 있으면 할머니든 아저씨든 모두 청춘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곳을 찾는 분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문 : 주로 어머니들이 많이 찾아오시지만 사실 남녀노소 모두가 자주 들러요. 자녀를 학교에 보낸 어머니들이 자주 모이시고, 소모임 때는 청년들도 많이 오죠. 전 세대의 접점이 되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공간매니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김 : 운영팀에 속해있는 저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파악하고 이를 행사로 기획하는 거죠. 또 배우기 위해 청춘플랫폼을 방문하는 주민에게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여쭤보면서 주민 스스로 선생님이 될 수 있는 모임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이 공간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도움을 주죠. 하지만 이곳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일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문 : 문턱을 낮추는 게 좀 힘들었어요. 저희는 청춘플랫폼을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막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매번 오는 사람만 오게 되더라고요. 결국, 문화 공유에 관한 프로그램을 잘 아는 청년과 함께 다른 행사를 기획하고 소모임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돼가기 시작했죠.

동작구청장이 상권을 넓히겠다고 발표했죠
  문 : 현재 동작구의 상업지역 비율은 2.95%로 자치구 가운데 24위입니다. 구청은 이를 5.1%로 끌어올리려고 하죠. 사람이 살기 위해선 상업지구는 충분히 필요합니다.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대형마트나 대기업이 입점해 기존 상점의 존립을 위협한다면 안 되겠죠. 소상공인이 거대 자본의 입김에 밀려 문 닫지 않게 보호해주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곽사현 :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해요. 보통 정부는 예술을 부흥시키기 위해 화가에게 작업공간을 입대해주는 곳이 꽤 있죠. 이런 곳은 대부분 낙후됐거나 주거지역이 밀집해있습니다. 그래서 임대료가 저렴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상업건물이 들어서면서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어요. 예술가의 형편으로는 어림도 없죠. 결국,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져 쫓겨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동작구의 범죄율이 높더라고요
  문 :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가로등도 거의 없었고 골목도 어두워서 치안이 안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부도 이 지역 신축건물에 ‘범죄예방환경설계(CEPTD)’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주민을 위한 문화시설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동네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보시다시피 청춘플랫폼은 건물 전면이 유리잖아요. 여기가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으니까 이 공간 자체가 가로등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는 거죠. 저희가 따져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이쪽 길을 이용하는 주민이 늘어나지 않았을까요? (웃음)

청춘플랫폼을 하면서 뿌듯했던 일은요
  김 : 초등학교 아이, 학부모와 함께 워크숍을 한 적이 있었어요. 진행 도중, 한 친구 어머니가 일이 생겨 아이만 두고 먼저 가야 하셨어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늦어져 아이들을 쉽게 집에 보낼 수 없었죠.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고민하셨는데 마침 이 친구와 같은 빌라에 사는 학생이 한 명 있었어요. 알고 보니 바로 한 층 밑에서 사는 이웃이었던 거예요. 볼일이 있던 어머니는 비로소 마음 놓고 가셨고 아래층 어머니가 같이 데려다 준 적이 있었습니다.
문 : 요새 자기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잖아요. 이 어머니들도 몰랐는데 여기서 알고 가게 된 거죠.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죠. 또 지나가다가 음식을 나눠주는 이웃들도 있고요. 이런 나눔이 계속되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청춘플랫폼이 나아갈 방향은요
  김 : 문턱을 없애버리기 위해 노력하는 거요.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죠. 2015년에는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끔 자리를 잡아 놓는 것, 그리고 이곳을 처음 찾는 분도 ‘이곳에서 내가 무엇이든지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게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문 : 지금 청춘플랫폼은 6시 이전엔 사무공간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 이후에만 개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희는 ‘청춘캠프’라는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공간도 청춘플랫폼과 성격이 비슷해요. 준비만 끝난다면 하루 종일 개방할 예정이기 때문에 문턱이 더욱 낮아지지 않을까요? 또한, 커뮤니티 공간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로 운영되다 보면 재밌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 같아요.

청춘에게 한 마디 하자면요
  김 : 20대에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그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거든요.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청춘플랫폼을 선택할 때도 제가 우선시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했죠. 선택해서 하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갖기보다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세요. 또 가치를 찾고 이것이 나에게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문 : 하고 있는 걸 포기하고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라고 하기엔 세상이 너무 각박해요. 그래서 저는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 자주 얘기해요. 어떤 회사에 다니더라도 동료를 만나는 게 중요하잖아요. 결국, 청년이 잘할 수 있는 건 네트워크인 거 같아요. 뭐든지 혼자는 힘들어요. 지금 청춘플랫폼의 규모가 늘어나 부담되긴 하지만 이렇게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제 옆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큰 힘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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