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박혜경의 노래 <이젠 정말 만나야 할 때>가 들려온다. 영화 <연애의 목적>의 OST(Original Sound Track)인 줄 알았는데, 후에 알고 보니 원래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것이란다. 맨 앞줄이 기자의 자리인 줄은 알고 있었으나, 좌석에 앉아 앞으로 팔을 쭉 뻗어보니 무대에 닿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기자의 귓가에 혜경언니가 질릴 만큼 이렇게 속삭인다. “이젠 정말 만나야 할 때! 오, 이젠! 오, 정말 만나야 할 때!” 그렇다, 배우를 정말 가깝게 만날 수밖에 없는 공연이 바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한 장면

  뮤지컬 계(界)의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 이 공연은 주로 소극장에서 상연된다. 좌석은 200여 개에 지나지 않는데, 객석의 점유율을 성비(性比)로 따져본다면 8:2 정도다. 팜므 8에, 옴므 2(팜므와 옴므는 각각 여자와 남자를 뜻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바로 잔뜩 달뜬 여자 친구를 바라보는 옴므의 표정이다. 그 표정으로 미뤄보아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제 내가, 하다하다 ‘김종욱’까지 찾아야겠냐?”
  무대에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올라와 대뜸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존재다. 그는 1인 22역을 거뜬하게 소화해낸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 ‘현민’이 그를 뒤좇아 등장한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현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해고야!”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것도 서러운데, 애인마저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현민은 갑자기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차리고, 임 대령(강희의 아버지) 손에 끌려온 강희를 첫 고객으로 맞이하게 된다. 임 대령은 강희에게 첫사랑인 ‘김종욱’을 찾아 한 달 내로 결혼하라는 엄포를 놓고, 현민과 강희는 그날부터 ‘김종욱 찾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강희가 첫사랑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김종욱’이라는 이름 석 자뿐.
  인도를 여행하던 중 강희는 종욱을 만나게 됐고, 그의 외로운 턱선의 각도와 날카로운 지성이 흐르는 콧날에 반해 사랑에 빠진 것. 아무리 밀어내고 돌아선대도 운명이라면 다시 만날 것이라 굳게 믿은 두 사람은 한 달 후,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지지만 결국 어긋나고 만다. 김종욱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힘쓰지만, 현민과 강희는 죄다 허탕을 치고 만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흐르게 된다. 끝내 김종욱을 찾지 못한 채 프로젝트 기간은 끝이 나고, 현민과 강희는 헤어지고 만다. 시간이 흐르고, 현민과 강희는 다시 만난다. 여전히 현민은 그가 ‘좋아하게 된’ 강희에게 그녀가 잊지 못하는 첫사랑을 찾아주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강희는 죽어도 잊지 못할 줄 알았던 첫사랑을 어느새 잊고 새로운 사랑 현민이 눈앞에 있음을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이건 운명임이 분명해!”하는 첫사랑의 기억이 있다. 안타깝게도 첫사랑과 달리 두 번째 사랑, 세 번째 사랑에서는 운명의 기운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운명을 운운하다가는 아예 연애불구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말인데, 당신의 사랑은 어디 있나요? (더불어, 이 기자의 사랑은 어째서 보이지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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