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동래읍성下-동래부 동헌

 

부산광역시 동래구는 삼한시대에 신라의 영토로 지정돼 탄생했으며 임진왜란 당시 격전적인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적 고장이다. 그만큼 이 지역에는 주목할 만한 산물이 많다.
그 중 기자는 복천고분군에 이어 ‘동래부 동헌’을 방문했다. 동헌은 조선시대의 관아로서 동래부사가 직접 공적인 업무를 보던 곳이다. 동래는 예부터 일본과 많은 교류가 있던 곳이기 때문에 관아시설이 위용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로 인해 다른 고을에 비해 규모가 크고 격식이 높은 시설을 갖췄다.
이처럼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동헌은 시끌벅적한 시장 안에 위치하고 있다. 동래시장은 동네 주민이 많이 찾는 곳인데다 성당, 유명 음식점 등이 모여 있는 번화가다. 이 한 가운데 있는 동헌은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옛 건물이 현대 문명 속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며 융화되고 있다.
동래부 동헌은 현재 부산 지방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의 단일 건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유일하게 남은 동헌이다. 이곳엔 원래 좌, 우에 동·서익랑과 대문, 바깥에 동래도호아문, 독진대아문이라는 명칭을 가진 문이 존재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때 모두 파괴되고 대문만 본래의 위치에 보존돼 있다. 게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벽면, 평면구조, 청정, 마루 등이 많이 개조된 데다 보수를 거치면서 목재 등의 재료도 대부분 교체돼 원래 모습을 많이 잃었다. 동래구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건물 앞면에 각 칸마다 부착돼 있는 분합문은 원래 모습이 아니며 기단 위의 디딤돌 또한 개조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기 위한 ‘동헌 일곽 정비 종합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부속건물인 독경당·찬주헌과 독진대아문이 보수 중이다. 기자가 동헌을 찾았을 당시, 공사가 꽤 많이 이뤄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옛 동헌 옆에 새롭게 지어진 건물은 과거의 그것을 재현하려 애썼으나 부족하게만 보였다. 고고한 위용을 갖춘 옛 목조건물에 비해 인위적으로 목재를 쌓아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일제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동헌은 여전히 조선 후기의 관아 건축 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물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정비 가치가 큰 동헌이 옛 모습을 찾아가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그 시대의 것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히려 이 점은 기존 건물의 매력을 부각시킨다. 현재와 과거가 어긋나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는 동래부 동헌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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