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룩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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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멸망한다면’ 인류에게 종말이 온다면’ 이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누군가는 단순한 일로 치부하며 웃어넘길지도 모르고, 다른 누군가는 진실로 믿고 대비책에 대해 고민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는 그 시간이 가까워진다는 가정하에, 두 기자가 바라본 영화 <돈 룩 업> 속 인물들과 작품의 이면을 함께 살펴보자.

땅만 보라던 외침 끝에는

  지금부터 6개월 14일 후 인류를 멸망시킬 혜성이 지구를 뒤덮는다. 그렇게 지구 종말의 상황을 일깨우며 영화는 시작되지만, 이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던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 올린과 그의 아들이자 비서 실장인 제이슨, 세계 3위의 부자 피터가 대표적이다. 강대국의 권력가, 기업의 재력가, 심지어는 언론마저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에 사려 깊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미 가진 게 많은 상류층은 돈, 명예, 권력, 이익에 눈이 멀어 진짜 바라봐야 할 문제를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종말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언론이 혜성 충돌의 심각성 자체에 주목하지 않고 그저 좋은 화젯거리로 여겼기에 대중이 보인 반응도 잔잔하기 일쑤였다. 또, 영화에서 정치권은 혜성이 충돌한다는 정보에도 괜찮다고 언급한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대중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일로 치부하고 말뿐이다.

  영화 제목인 ‘Don’t look up’에서도 알 수 있듯, 대중을 현혹하는 정치인들은 혜성이 떨어질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말라는 구호를 멸망 직전까지 외친다. 지구로 곧 들이닥칠 혜성에 희귀광물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다. 즉, 사업가 피터의 회사에서 만든 기계를 이용해 혜성을 여러 조각으로 폭파하면 일자리가 보장돼 큰 이득이 있다며 지도자층은 대중을 설득한다. 이로써 같은 정치인과 언론을 믿겠다고 선택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동일한 구호를 소리치는 데 일조한다.

  혜성 충돌 소식을 믿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누가 한 번에 죽음을 수용하는 태도를 지닐 수 있을까. 다만, 시간이 지나 여러 시선으로 진실을 바라볼 용기가 생겼을 때, 혜성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믿을 수 있는 실체를 서서히 보게 될 것이다. 영화 속 언론이 그랬으며, 진실을 깨달은 대중의 시선 역시 하늘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지나 끝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하늘을 본 그들은 어떻게 됐나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문은 주기가 있는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1999년 12월 31일에도 지구촌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으로 떠들썩했다. 그 당시에는 산으로 몸을 숨긴 사람도 있었으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보통의 하루를 보낸 사람도 존재했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 <Don’t look up> 속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문제를 직시하고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몇 명의 인물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지구의 종말은 과학적인 근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 천문학 박사 민디, 오글소프 그리고 대학원생 케이트는 지구를 지키려 노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세 사람은 당장의 이익에만 눈이 먼 상류층으로부터 대항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혜성의 충돌 사실을 알리고자 출연한 방송에서는 ‘미치광이’라는 별명만 얻을 뿐, 사람들은 오히려 탑 스타들의 재결합 소식에만 주목한다. 혜성을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기에 대중의 무관심한 태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만약 이들이 보다 가시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방법처럼,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줬을 때 대중은 크게 동요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연예 뉴스,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은 대중이지만, 결국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또, 대중들은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에너지 고갈, 기후 위기, 코로나19, 전쟁까지. 지구의 종말은 더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가 스피노자는 한 사회 안에서 자유롭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공동체의 역량이 커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문제를 계속해서 알리려는 굳은 의지와 함께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된다면, 영화보다 좀 더 나은 현실의 결말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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