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개봉한 영화 [한산:용의 출현] 의 한 장면이다(=ⓒ네이버 영화 캡쳐)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한산:용의 출현] 의 한 장면이다(=ⓒ네이버 영화 캡쳐)


  4차 산업혁명, 가상인간,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최근 한국 사회는 이들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혁신에 가까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성장하는 것이 있으면 쇠퇴하는 것도 있기 마련. 이들의 발전과 함께 그동안 인간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문자’는 점점 빛을 잃어가는 듯했다. 미디어 시장 역시 글보다는 이미지에 무게를 실은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는 중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여전히 문자가 활약하고 있다면 어떨까. 화면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콘텐츠의 ‘맛’을 살려주는 그런 글, 바로 자막이다. 

혹시 ‘자며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K-콘텐츠 속 자막은 그리 친숙하지 않은 존재였다. 이는 자막을 외국 작품에서만 접할 수 있었고, 지금처럼 버튼 하나로 실행되는 좋은 접근성 역시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글 자막의 경우, 함부로 사용하게 되면 관객들의 몰입을 깰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OTT의 성장과 함께 그동안 부진했던 한글 자막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K-콘텐츠에도 자막을 실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이에 새로운 매력을 느낀 시청자들이 그 기능을 애용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누구나 손쉽게 자막을 켜고 끌 수 있는 편리한 접근성까지 더해져, K-콘텐츠는 새로운 매력을 가진 작품으로 재탄생 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배우들의 모든 대사를 알아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한국’ 콘텐츠에 ‘한글’ 자막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본교 35명의 학우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결과에서도 76%(26명)의 학생이 K-콘텐츠 시청 시 자막을 ‘켠다’고 답했다. 

난 몰랐어, 자막 이리 다채로운지 
  그렇다면 이와 같은 한글 자막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본래 자막은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콘텐츠의 주요 소비층인 2030세대들이 한글 자막을 활용하는 경향은 사뭇 다르다. 이들에게 한글 자막은 드라마나 영화의 몰입을 높여주는 감초와 같다. 또 심지어는 자막을 통해 작품에 대한 통찰을 얻기도 한다.   

  한 학우는 “주변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 극에 몰입이 더 잘됐다”며 한글 자막의 장점을 설명했다. 또 다른 학우는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우들의 대사 소리를 줄이는 경우, 자막을 킴으로써 모든 대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한글 자막은 배우들의 대사를 단순히 한글로 나타내는 것 이상의 기능을 실현한다. 배우의 대사가 나오지 않는 경우라도 [스산한 바람이 분다],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는다]처럼 해당 장면의 상황을 자막으로 설명해줌으로써, 극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시청자는 이를 통해 영상으로만 시청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앞으로의 극 전개에 대한 단서를 얻기도 한다. 

영화, 드라마, 예능, 그리고____  
  이러한 한글 자막이 비단 드라마에서만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한산:용의 출현>은 극 중 상황에 맞는 적절한 자막의 사용으로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중이다.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등장하는 해상 전투는 함선 격파, 화포 발사 소리 등 생생한 사운드 전달이 필수적이지만, 이와 같은 부가적인 소리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영화는 “준비시켜 놓은 나머지 배들도 내보내거라”, “발포하라!”와 같은 이순신 장군의 말을 자막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같은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 <헤어질 결심>, <외계+인>, <브로커>는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관객들은 극 중 배우의 명확한 대사 전달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작품에 한글 자막을 넣게 되면 화면에서의 이질감으로 인해 몰입이 깨지는 상황을 감수해야만 한다. 또 자막을 읽느라 미장센과 같은 화면 속 연출 등을 놓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인들이 자막에 너무 익숙해지면 한국어 듣기 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자막은 그 기능에 있어 ‘양날의 검’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세대의 한글 자막은 영화, 드라마, 예능과 함께하는 하나의 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하다. 기사를 읽은 지금까지도 ‘자막 켜기’를 아직 망설이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도해보길 바란다. 그동안 당신이 놓쳤던 새로운 작품의 세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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