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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운전자, 운전 사회에 대해 말하다
2015년 09월 08일 (화) 00:16:57 이신후 기자 sinoo__@naver.com
   

남자는 시계와 자동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는 과거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 운전자는 천 백만여 명으로 90년대와 비교해 열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운전자 중 여성의 비율이 이제 40%를 넘어섰다. 1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 사회는 자동차와 운전을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을까. 학보사는 우리 대학 구성원을 초대해 이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눠봤다.


*좌담회 패널*
김소연(24) : 재학생, 면허 취득한 지 2년 됨
김희진(26) : 대학원생, 대학교 4학년 때 면허 취득
이상원(26) : 졸업생, 20살 때 면허 취득
익명(47) : 직원, 면허 취득한 지 25년 됨


자동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와 같은 정보도 알고 있는지
희진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실 저는 속속들이 알고 있진 않아요. 그냥 자동차 브랜드 중에 이런 게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 휴대폰 볼 때도 무조건 디자인만 봐서요.

익명 : 맞아, 여자는 디자인이죠. (웃음)

소연 : 저도 많은 것을 알진 못하는데 만약 제가 차를 산다고 가정한다면 기동성을 더 따져볼 것 같아요.

차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선호하는 것이 있다면
상원 : 자동차의 크기가 조금은 컸으면 해요. 개인적으로 운전이 미숙해 소형차를 선호했는데, 직접 차를 타고 운전해보니 사고 위험을 고려하면 중형차가 안전할 것 같더라고요. 또 색은 흰색이나 은색이 좋아요.

희진 : 저는 SUV 같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 높이가 다른 차보다 더 높은 차는 좀 무서웠어요. 감당 못 할 것 같은 느낌? 처음에 대형차를 몰아보긴 했는데 겁이 나서 못 타고 다니겠더라고요.

익명 : 관리하기 편한 차를 선호해요. 사람이 물건을 사용하는 것에도 나름의 강박감이 생기잖아요. 물건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안 그런 사람도 있고. 전 후자라서요. 차량을 깨끗하게 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색깔도 회색을 좋아해요. 세차 잘 안 해도 티 안 나니까요. (웃음)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면 어떻게 대처했나요. 보험, 남자친구, 아버지 등 어떤 쪽에 도움을 구했는지요
희진 : 전 충돌사고를 겪었는데요. 다행히 보험회사 측에서 잘 처리해줘서 상대를 직접 마주하고,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생기고 그렇진 않았어요.

상원 : 저도 아버지께 먼저 연락드리고 보험사에 도움을 구했어요.

익명 :  요즘엔 보험회사가 처리해주는 게 일반화됐는데,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게 없어서 내리자마자 바로 서로 삿대질부터 하고 욕하고 사과는 일절 안 하고 그랬어요. 그때는 머리 숙이고 사과하고 이러면 비용을 상대에게 다 물어내라고 몰아가서 아무리 잘못했어도 일단 우기고 봤죠. 요즘엔 옛날에 비하면 사고에 대처하는 문화가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이 드네요.

여성 운전자라고 차별을 받았나요
상원 : 저는 여자라고 차별받은 적은 없었고요. 어리다는 이유로 당한 적은 있었죠. 예를 들어, 운전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어린 게 운전하니까 그렇지”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무시하는 거요. 또 사고 났을 때 제가 어려서 보험이나 법을 잘 모를 것 같으니까 아는 척, 도와주는 척하면서 합의금을 더 받아가려고 했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익명 : 저는 남성이 탈 것 같은 디자인의 차를 사고 그랬어요.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몰고 가면 아무것도 안했는데 상대가 제 차를 지나치면서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거예요. 쫓아오기도 하고. 지프를 몰았을 때도 그랬어요. 남자가 운전하는 줄 알았는데, 창으로 봤더니 여자네? 그러면 그때부터 상대가 나를 만만하게 봤어요. 실수 조금한 거 가지고 창문 열고 막말하고. 옛날엔 더 심했어요.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90년대에는 여성 운전자 차별이 만연했어요. 식사시간 때 운전하고 있으면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뭐하려고 나왔느냐고 그러고.

소연 : 요즘도 그런 경우가 있어요. 차선을 변경하려고 조심스럽게 진입했는데도 뒤차와 부딪힐 뻔했던 적이 있었어요. 뒤차 운전자는 아버지뻘 되는 남성이었죠. 그런데 제가 어리고 여자라서 그랬는지 보자마자 반말을 하더라고요. 또 제 친구는 차선도 잘 지키고 속도도 잘 지키며 가고 있었는데 뒤에 오던 차량이 들이받았대요. 운전자는 역시 남성이었는데 차에서 내려서는 사과나 괜찮으냐는 말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다시 연락했는데 보험회사에 연락하지 왜 자신한테 했냐고 오히려 친구를 탓했어요. 저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이런 일들을 겪으니까 정말 우리가 여자라서 이렇게 대하나 싶더라고요.

여권이 신장된 지금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익명 : 물리적인 힘을 쓰고 기술을 활용함에 있어서는 남성이 우월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요? 운전도 어떻게 보면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니까요. 또 여자 대부분은 힘에 있어서 약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면 자기도 모르게 위축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전을 찾으려고 하니까요.

상원  : 앞의 말에 저도 동감해요. 사고 상황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더 위축되고 해결에 어려움이 있었던 적이 종종 있었거든요.

희진 : 며칠 전 인터넷에서 한 논쟁을 봤는데 문득 떠오르네요. 인적이 드물거나 깜깜한 길에서 접촉사고가 난 거예요. 이 때 여성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서 직접 대처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보험회사 측 사람이 올 때까지 안에서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걸 지켜보고 있는데 상당히 고민되더라고요. 제가 신체적으로 약하지 않으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당연히 내려서 대처할 텐데 그게 아니니까요. 만약 제 신변을 위협하면 어쩌나 무섭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성 운전자가 약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신후 기자 sinoo_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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