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계열 개편 및 모집단위 광역화
“구체적 대안 없는 무책임한 학제 개편”

  지난 15일 △경영대학 신설 △모집단위 광역화 △앙트러프러니얼리더십학부 신설 등의 안건을 담은 학사제도개편안이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의)에서 모두 가결됐다. 본관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대평의에는 학생대표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참여했으며, 찬성 8표, 반대 2표로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

비민주적 학사제도 개편, 또다시 논란
  한편 학사제도 개편 과정에서 대학 본부의 비민주적 태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0일, 본교는 제57대 총학생회 ‘나란’(이하 나란)에 “교육부 지침 학사제도개편안(이하 개편안)의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다음 주까지는 교학소통ARETE를 개최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나란은 교학소통ARETE(이하 아레떼) 개최일에 대해 통보식으로 조율한 점, ‘논의 안건과 자료는 회의 개최 3일 전까지 제공한다’라는 아레떼 규정을 어기고 회의 자료를 기간 내 전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나란은 “해당 임시 아레떼 개최를 납득할 수 없다”며 회의 시간 재조정 및 안건에 따른 자세한 회의 자료 송부를 요청했다. 이후 2월 27일 나란과 학생지원팀 간 면담이 진행됐고 그로부터 8일 후인 3월 7일,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아레떼가 개최됐다.

  아레떼는 학사제도 등 다양한 안건에 대해 학생과 학교가 직접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다. 그러나 해당 자리에서도 또다시 마찰이 빚어졌다. 아레떼의 성원은 △총장 △처장단 △학생위원이나 본 아레떼에는 기획처장, 학생지원팀장, 학생위원만이 참석한 것이다. 또한 학생과 학교가 동등한 자리에서 학사제도에 대해 협의한다는 본 취지와 달리 당일 진행방식은 협의가 아닌 개편안에 대한 통보식 설명이었다. 나란은 “본교는 해당 협의체를 학사제도 개편을 통보하는 데 이용하려 했다”며, 학생 의견을 수렴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비민주적인 태도에 해당 자리를 아레떼라고 칭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개최된 아레떼는 ‘학사제도 개편 설명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상경계열 개편과 모집단위 광역화 이뤄져
  이번 대평의에서 논의된 안건은 △경영대학 신설 △모집단위 광역화 △앙트러프러니얼리더십(Entrepreneurial Leadership)학부(이하 앙트러학부) 신설 세 가지다. 경영대학 신설 안건의 경우 기존 사회과학대학 소속인 경영경제학부(경영학전공, 국제경영학전공, 경제학전공)를 경영학부로 통폐합해 경영대학으로 분리한다. 본 안건의 개편 배경엔 상경계열로의 학생 쏠림 현상이 있다. 신기현 기획처장은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상경계열로 몰려올 텐데 학과 단위로는 수용에 한계가 있다”며 경영대학 신설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당 안건은 ‘상경계열 학과통합 운영방안 연구(2020)’, ‘경영 혁신클러스터를 통한 학사구조 개편 연구(2022)’를 토대로 진행됐으며 25학번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모집단위 광역화 안건은 교육부에서 요구한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의한 것이다. 1유형(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 후 대학 내 모든 전공 자율 선택)과 2유형(계열·단과대 단위 모집 후 계열·단과대 내 모든 전공 자율 선택 또는 학과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 전공 선택)이 있으며 본교는 이 두 유형을 함께 활용할 계획이다.

  세 번째 안건인 앙트러학부 신설은 기존의 창업전공에 우리 대학의 강점인 예술, 디자인, 문화분야를 융합시킴으로써 기업가적 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앙트러학부에서는 창업과 리더로서의 역할을 실습·실천할 수 있는 비교과프로그램과 지원제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학부는 문화지식융합대학(이하 문융대) 소속으로, 기존 문화지식융합학부 하나만 존재하던 문융대는 앙트러학부와 문화지식융합학부 두 학부로 개편된다. 앙트러학부에 소속된 전공은 △앙트러프러너십전공 △글로벌MICE융합전공 △문화예술경영전공이다.

학사제도 개편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나란은 앞선 학사제도 개편 설명회에서 재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요청했다. 경영대학 신설 등 상경계열 학사제도 개편방안에 관해 해당 전공 학생 대부분이 이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해당 요청을 받아들였고 3월 11일 숭인관 701호에서 학사제도 개편 공청회(대학혁신개혁안에 따른 학사구조 개편 설명회)(이하 공청회)가 진행됐다.

  11일 오후 6시,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된 공청회는 교직원 포함 총 77명이 참석했다. 개편안에 대한 신기현 기획처장의 발제를 시작으로 2시간 동안의 질의응답을 거쳐 오후 9시경 마무리됐다. 신 처장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상경계열 학사제도 개편방안(앙트러학부, 경영대학 신설)과 모집단위 광역화 방안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최현아(응용화학 22) 총학생회장은 경영대학 통폐합이 각 전공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개편임을 지적했다. 이어 경제학전공 학생회장은 “경영과 경제를 합쳐 경영이라고 명명하는 순간 정체성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신 처장은 통폐합이 아니라 신설임을 강조하며 “경제학의 정체성은 흐려지겠지만, 10년 후 본교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경영이 더 경쟁력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답했다.

  문화예술경영전공(이하 문예경)이 앙트러학부에 소속된 것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A 학우는 “앙트러학부 신설 취지는 기업가 리더를 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예경은 기업가적 정신을 위한 전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론과 실무적 능력 등을 핵심 역량으로 하기에 앙트러학부와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전공에 재학 중인 B 학우는 “입학 당시부터 신설 전공이란 이유로 전임교원 부족 등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았다”며 기존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학부로의 변경 등 변화를 받아들이기에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모집단위 광역화와 관련된 의견도 있었다. 최 총학생회장은 1유형과 2유형으로 입학한 무전공 학생들의 자퇴율이 높아질 거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또한 전공 쏠림 현상으로 인한 문제도 제기됐다. 2020학년도부터 신입생 전원을 무전공으로 선발한 덕성여자대학교의 경우 최근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의 폐지가 논의됐다. 학생들의 반발로 부결됐으나 이는 폐지가 논의될 정도로 해당 학과에 지원하는 신입생의 수가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의 1/4이 컴퓨터공학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용환승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학생 수가 늘어나면 강좌 수를 늘려야 하는데, 컴퓨터 분야는 교수는 물론 강사 구하기도 어렵다”며 “결국 한 수업에 들어가는 수강 인원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해당 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있냐는 물음에 신 처장은 “관리 측 문제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며 구체적 계획은 정책연구팀에서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재학생들의 반대, 개편은 그대로
  공청회가 끝날 무렵, C 학우는 결론적으로 학생들의 반대 의견과 상관없이 개편이 진행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신 처장은 학사제도 개편은 여러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데 그중 한 단위가 반대한다고 무산시키긴 어렵단 입장이다. 또한 이날 논의된 안건은 내년에 입학할 25학번부터 적용되는 것이라며 “후배가 어떤 의견을 가진 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반대하면 앞으로 어떤 후배들에게도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11일 진행된 공청회에서도 학교와 재학생들의 견해는 좁혀지지 않았다. 나란은 이후 △학사제도 개편 오프라인 부스 △학사제도 개편 대응 강의실 방문 △비민주적 학사제도 개편 규탄 연대 서명 △0314 비상집회 △대학평의원회 피케팅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이뤄진 대평의에서 모든 안건이 가결된 상태다. 많은 재학생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본 학사제도 개편이 추후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모두의 관심이 주목된다.

이나윤 기자 dmhm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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