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어요.” 며칠 전 만난 타대 학보사 편집국장이 내게 전한 말이다. 학보사는 학내의 다양한 사건과 마주한다. 아주 사소한 문제부터, 사회가 조명하는 일까지. 이러한 대학 사회의 문제는 대부분 비슷한 일들로 귀결된다. 그래서 편집국장들은 어려움이 닥칠 때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 일에는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서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촛불 집회, 본관 점거, 수차례의 회의와 면담. 그 순간들을 취재하며 봤던 학우들의 눈물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수많은 촛불이 모여 운동장을 밝혔던 그날, 학우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던 구호도 여전히 귀에 맴돈다.

  어언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와 새 학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그날을 잊지 말았으면 했다. 그래서 방학내 기자들과 특집 보도를 준비했다. 특집 팀을 꾸리고,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취재했다. 누구 하나 힘든 내색 없이 그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힘썼다.

  그렇게 취재를 마치고,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검토하다 학우의 얼굴을 처음 마주했다. 너무나도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평을 쓴 지 불과 2주도 안 된 시점이었다. 모두가 지적했던 그 언덕길에 대한 보도를 더 많이 냈어야 했는데, 학생들의 목소리를 더 빠르게 전달했어야 했는데. 그날의 수많은 후회가 학우의 얼굴과 함께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이제 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쏟아졌던 세간의 관심도 줄어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날을 되새기고, 또 되새기는 것이다.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다시는 소중한 우리의 학우를 잃지 않도록.

김한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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