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부문 당선작

 

사진 부문 당선작


사진 당선 소감
 올해 1월, <라이프 사진전>은 저에게 “사진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특히 ‘나는 어떤 장면을 찍건, 내게 필름이 단 하나 남은 것처럼 찍는다’라고 말한 라이프 소속 기자의 한 인터뷰가 제 뒤통수를 때리는 듯 했습니다. 그 전의 저는 인스턴트식 사진 찍기에 능한 대부분의 20대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인터뷰를 본 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나에게 필름이 한 장 있다면 무엇을 찍을 것인가? 사진작가 마리오 소렌티는 “내 사진이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감성을 자극하길 바란다”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저에게 한 장의 필름이 있다면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 낡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꾸준히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이제는 인스턴트식 사진 찍기에서 벗어나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부족한 작품으로 상을 받게 되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발판 삼아, 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지난 한 학기동안 사진 수업을 해주신 배상국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사진 심사평
 “새벽 특유의 공기와 냄새가 있다. 그 특유의 흐름과 을지로 뒷골목이 만나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가끔은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추억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자.”
 

 사진 찍은 이의 말처럼,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교란들의 난무 속에서도 우리는 모두 생각을 허용하는 우리들만의 비일상적 장소를 남겨두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더 잘 생각하도록 만드는 장소와 시간은 각기 다르다. 서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북한산 정상일 수도 있고, 집 근처의 남다를 것이라곤 없는 카페일 수도 있다. 새벽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고, 짧은 명상이라도 마친 후에야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 찍은 이는 새벽녘 을지로의 뒷골목, 후기산업사회의 뒤안, 잊혀져가는 시간, 더 많이 일했고 덜 혼란스러웠던 시절의 기억이 불쑥 내민 사유의 은총을 몸으로 수용한다.
 

 각자의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사람들은 더 쉽게 자신들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본연의 이방인, 이주자, 망명자, 전향자와 대면한다. 그리고는 잠시 안부를 묻기도 하고 긴 갑론을박으로 접어들기도 한다. 이 맞대면과 안부 묻기, 갑론을박이 아니고선 참된 혁신과 해방과 창조성으로 나아가는 다른 우회로가 없음을 우리는 안다. 프랑스의 리콜 라피에르(Nicole Lapierre)에 의하면, 참된 비판적 지식인이란 결국 ‘이동한 사람’이다. 일상의 터전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시도하는 사람, 구조로부터 기꺼이 거리를 두는 사람, 사회적 규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일탈을 꾀하는 사람이다. 제휴 되지 않은 정신의 아지트, 누군가는 그것을 잠이 덜 깬 을지로 뒷골목에서 만난다.
 

심상용(미술평론가·큐레이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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