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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즈음 연구의 방향을 조금 생소 한 쪽으로 틀었다.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1970년대) 전에 뜨겁게 떠오른 후 지금까지도 환한 조명 아래에 놓여 있는 연구 분야지만, 내가 해왔던 ‘전통적인’ 공부와는 거리감이 있는 분야였다. 크게 잡아 말하자면 ‘근대 서양 음악예술 및 음악문화에서의 여성’이 그것이다. 여성사에 관심이 있어 그쪽을 향하게 된 건 아니다. 근대 문학과 예술의 밑거름이 된 당대 ‘메세나’(Mecenat: 문화예술 후원 활동)의 모습을 동료들과 들여다보는 중에 여성들이 행한 후원의 반짝임이 간간이 눈 길을
교수의 시선
나주리 (예술대학 관현악과) 교수
2020.10.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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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교수가 된 지도 벌써 9년째다. ‘벌써’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걸 보니 세월이 참 빠르긴 하나 보다. 사실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캠퍼스 생활이 즐겁다. 왜 그럴까? 5년 전쯤 나는 드디어 이유를 깨달았다. ‘아, 캠퍼스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모두 있기 때문이구나’ 나의 대학생 시절을 되돌아봐도 그렇다. 대학 캠퍼스에는 신기하게도 사계절이 한꺼번에 흘러간다. 먼저 봄이다. 매년 새 학기가 되면 1학년 신입생이 들어온다. 이들이 봄이다. 고등학생 티를 갓 벗고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온 듯한 얼굴은 마냥 꿈
교수의 시선
이동규 (공연예술대학 방송연예과) 교수
2020.09.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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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은 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는 교통편의 출발과 도착 시간을 수시로 확인하며 이동 시간을 단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이후엔 함께 탄 승객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차에 오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고, 눈 밑까지 철저하게 마스크로 가린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을 봤을 때 오히려 감염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는 안도감을 느낀다. 나도 다시 마스크를 가다듬고 틈새로 공기가 새어 들어오진 않는지 확인하며 조용히 목적지를 기다린다. 주
교수의 시선
박성환 (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2020.08.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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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전 즈음 필자는 유학차 처음 미국으로 갔을 때 현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온 선배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갔다. 그날은 마침 한국 학생 모임의 졸업생 환송회 및 신입생 환영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현장인 공원에 도착해 보니 몇몇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축구 게임이 아니라 그들이 뛰어다니고 있는 광활한 잔디밭과 둘레의 우람한 나무들이었다. TV나 사진으로만 보았을 법한 아름다운 풍광에 (속으로 입을 벌린 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공원이나 길가 또는 냇가의 잔디는 한겨울에도 푸르렀는데
교수의 시선
최문수 (인문대학 영어과) 교수
2020.06.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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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현재 일본의 천엔 지폐의 도안 인물인 노구치 히데요라는 일본의 의사이자 생리학자의 생애를 다룬 만화인데 박스 세트로 재출간까지 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이 만화가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 인물을 과도하게 미화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이므로 이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화에서 노구치는 만년에 황열병의 원인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한때 원인균을 찾았다고도 생각했으나 잘못된 실험으로 인한 오류였음이 밝혀진다. 그는 아프리카로
교수의 시선
성지하 (자연과학대학 응용화학전공) 교수
2020.05.0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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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팬데믹의 광풍으로 우리 일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봄날이 계속된다. 매년 3월이면 분주하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던 신체의 리듬이 깨지고 막막한 기다림의 낯선 시간만이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입학식, 개강파티, 신입생 환영회, 학과 MT 같은 관계의 행위가 자아냈던 반가움과 설렘의 풍경도 사라졌다. 졸고 있는 것도 꿈을 꾸고 있는 것도 분명 아닌데, 그간 우리 몸속에 새겨있던 봄날 교정의 오랜 습관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 몽롱한 두려움에 의해 이제는 겨우 아스라이 떠오를 것 같은 지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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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 (예술대학 큐레이터학과) 교수
2020.04.1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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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력은 한국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예년 같으면 새내기들의 희망에 찬 재잘거림으로 한껏 들떠있을 3월의 대학 캠퍼스도, 2주 정도 미루어진 개강이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다.사실 필자는 2월 중순 대학마다 교육부 권고에 따라 일사
교수의 시선
김명숙(인문대학 국사학과) 교수
2020.03.0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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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교육의 분야에서 흔히 요구되고 있는 역량 중 하나인 ‘비판적 사고’라는 말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1995년 유네스코가 채택한 ‘관용에 대한 원칙 선언문’에서도 젊은이들이 개발해야 할 역량 중 하나로 비판적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판적 사고’가 정확히 무엇을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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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수 (인문대학 영어과)교수
2018.12.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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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인 표현으로 사람이 죽어 별이 된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동화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과학적으로는 그 반대로 별이 죽어서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산소이며 그다음이 탄소, 수소, 질소 등이다. 그중 우리 몸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수소는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후 20분 이내에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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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하(자연과학대학 응용화학전공) 교수
2018.11.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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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에 임용되어 교수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을 때, 당시 총장님에게서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최고의 교수』라는 제목의 그 책에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인생의 멘토로”라는 매혹적인 문구가 적힌 홍보용 띠로 감싸져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회사원, 기자, 큐레이터, 시간강사 등의 직업을 거쳐 어느덧 불혹을 넘어 또 다른 직업을 갖
교수의 시선
임산(예술대학 큐레이터학과)교수
2018.10.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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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인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 왔다. 그러나 선거벽보가 붙여지고 본격적인 13일간의 유세가 시작되었지만, 눈이 띠는 선거의 공약이나 이슈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올해 선거의 특성이다. 국제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적 어젠다를 둘러싼 패권 장악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전지구적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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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학보
2018.06.1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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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중은 역사에 대한 다음과 같은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의 기록이라는 식의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맞물려 역사 학습이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을 배우는 행위이고, 역사를 잘 안다는 것은 과거의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에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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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학보
2018.05.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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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도 어김없이 진달래는 피었다. 보잘 것 없는 야산 귀퉁이에서 피어나는 진달래꽃잎은 그 자체가 여리고 처연하다. 진달래가 피면 접동새가 찾아와 슬프게 운다고 한다. 옛날 중국 촉이라는 나라의 임금이 나라가 망한 후 다시 복위를 꿈꾸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 그 넋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한다. 한이 맺힌 두견새는 밤이고 낮이고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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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학보
2018.04.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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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n old expression with a somewhat wicked sense of humor which means not to commit the mistake of discarding or sacrificing the essential, while trying to get rid of something undesirable or 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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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석(공연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교수
2018.03.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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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의 기본 정신이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라 할 때, 휴전 상태인 우리의 상황을 상기한다면 이번 올림픽은 새삼 심중한 의미로 다가온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쿠베르텡 남작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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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학보
2018.03.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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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기우제라는 것이 있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 주가 위치한 곳에 거주하여 온 호피족은 애리조나 사막에서 농사를 짓는 부족인데, 호피 인디언들이 가뭄 시에 기우제를 거행하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한다.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반드시 비를 부르는 인디언 기우제의 마법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데에서 기인한다.현대 과학문명에서 살아가는 일반 대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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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학보
2017.12.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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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a minor news junkie, I start my day with checking various news sites, scanning headlines to see if the world is as solidly (dys)functional as I checked the night before.Not too long ago, I ran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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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석(공연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교수
2017.09.1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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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제3차 정보 혁명의 시대가 점차 익숙해질 즈음에 우리는 또 다른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정보 통신 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은 그 발전 추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고 혁신적이다. 인공지능과 가상 현실,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등과 같은 말들로 상징되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이미 눈앞의 현실로
교수의 시선
동덕여대학보
2017.09.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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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한 분노와 아쉬움, 하지만 또 다른 희망을 안고 대한민국이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위기를 두려워하고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 대학의 청춘들 앞에는 여전히 미로 같은 앞날만 놓여 있을 뿐이다. 며칠 전 들려온 30대 취업준비생과 고3 수험생의 잇따른 자살 소식은 이런 상황의 불길함만을 떠올리게 한다.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는 그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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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학보
2017.06.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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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이어진 혼란스런 국내 정세와 교내의 여러 상황을 보며 조너선 하이트 뉴욕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를 느껴야 건강한 사회”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나의 옳음은 타인의 옳음과 다를 수 있다. 내가 좋은 것을 다른 사람은 싫어할 수 있다.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타인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다. 가까이는
교수의 시선
동덕여대학보
2017.05.23 15:08